은성수 "올해는 은행 배당 조심해야…총리 지시로 집 판 것 아냐"

금감원 이어 금융위도 사실상 하나금융 배당자제 촉구
금융위 폐지 법안 추진에 "일단 들어보겠다"
  • 등록 2020-07-09 오후 6:07:04

    수정 2020-07-09 오후 11:00:49

[이데일리 이승현 김인경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9일 하나금융그룹의 중간배당 준비 움직임에 대해 자제해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전날 세종시 아파트 마매합의를 한 건 가격이 맞아서이지 정세균 총리의 다주택 처분 지시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기반 자동차보험 보상서비스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권에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자제를 권고한 상태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30일 주주명부를 폐쇄해 중간배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진 상태다.

은 위원장은 “판단은 하나금융이 한다”고 전제를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영국, 유럽 금융당국도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금융회사의 실물지원 역할이 중요한 만큼 배당 자제를 권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언론에서 코로나가 계속돼 은행이 걱정된다고 하는 맥락이 맞다면 배당 등은 조심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금융위원회를 사실상 해체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단 취지를 들어보겠다고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은 금융위의 국내금융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넘기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보도내용이나 질문만으로 답하긴 어렵고 성 의원님 생각을 들어보겠다”면서 “하는 게 좋은 건지 일단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9일 경기도 이천에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자동차보험 보상서비스 간담회를 개최했다.[금융위원회 제공]
최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신용대출 증가는 은행이 원래 신용대출을 해줘야 할 것을 담보대출을 해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은행이 자기 판단으로 신용대출을 한 것을 나쁘게만 볼 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또 ‘6.17 부동산 대책’으로 신규 지정된 규제지역의 잔금대출 담보대출비율(LTV)은 기존대로 70%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잔금대출 비율이 갑자기 시세의 40~50%로 낮아져 자금조달에 예상치 못한 애로를 겪게 된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실무 협의를 거쳐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10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세종시 아파트를 매도한 게 총리의 지시 때문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84.87㎡, 9억2800만원)와 세종시 도담동 아파트(84.96㎡, 2억900만원) 등 2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금융위는 전날 기자단 공지로 은 위원장이 세종시 아파트 매매합의를 했고 가계약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 총리는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하루빨리 주택을 매각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은 위원장은 “그동안 매도를 추진해왔고 마침 가격이 맞아서 매매를 한 거다”라며 “총리 지시로 바로 파느냐고 말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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