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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공공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올해 발표한 3기 신도시 건설과정에서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설계를 시사했다. 승 위원장은 30일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력보다 국민 행복지수가 높지 않게 나온다”며 “이는 주거·공공·복지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인 만큼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3기 신도시의 주거환경이 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기존 1·2기 신도시 정책은 주택을 얼마나 늘릴지에 방점이 찍혔다”고 지적한 뒤 “3기 신도시는 처음부터 주거, 상업, 녹지 등 구역별로 구획을 나누고 계획하는 게 아니라 지역 특색과 자연환경, 주거민의 수요까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상해야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승 위원장은 이를 위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승 위원장은 “주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서울 N타워같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학교·유치원 등 지역 공공건축물”이라며 “이런 건축물을 여건에 맞춰 잘 조성하고 단장할 수 있도록 총괄건축가 제도를 시행하고, 관련 특별법도 최대한 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 끝에 채택된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조성 계획이 결국 2005년 승 위원장이 제시했던 광화문 계획안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광화문포럼의 혁신안은 광화문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을 고려하지 않았고 설령 한다 해도 조 단위 비용이 든다”며 “서울시가 채택한 안이 제 계획안을 따랐다기보다 그렇게 나올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구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승 위원장은 “‘광화문 포럼’안은 차도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보행자 광장으로 만드는 안이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비용이 조 단위로 발생하는 데다 지하구간 차량 통행이 만약 원활하지 못하면 배기가스 등 대기질 오염이 심각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지난 2008년 12월 ‘건축기본법’ 제13조에 근거해 설립된 대통령 소속 국가 건축정책위원회다. 승 위원장은 지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공동감독, 2014년 서울시 총괄건축가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5기 위원장을 맡고 있다.
승 위원장은 1974년 한국 건축의 거장 김수근의 문하생으로 공간연구소에 들어가 15년간 근무했고 1989년 건축사무소 이로재를 설립했다. 파주 출판도시 프로젝트에 코디네이터로 참여해 건설을 총 지휘했으며 2002년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명예 회원’으로 추대되었다. 같은 해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