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 물려줄 때"…30년 집권 카자흐 대통령, 깜짝 사임

30년 장기집권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19일 대국민연설서 퇴임 선언해
"경제성장 기여"vs"독재자" 상반된 평가받아
카자흐 채권·주식 등에 충격 주기도
  • 등록 2019-03-20 오후 5:06:36

    수정 2019-03-20 오후 7:13:13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2011년 4월 4일 아스타나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30년 동안 장기 집권해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대통령직을 돌연 사퇴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힘의 고삐를 젊은 세대에게 물려줄 때가 됐다”며 당장 다음날인 20일부터 대통령직을 사퇴한다는 명령서에 스스로 서명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이 옛 소련에서 독립하기 전인 1989년부터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로 최고통치자 자리에 올랐다. 이후 1991년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의 첫 대통령이 된 후 1991년·2005년·2011년·2015년 대선에서 잇따라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되며 장기집권을 이어갔다. 2007년 카자흐 의회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대선 출마 횟수를 없애 사실상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을 승인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카자흐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러시아 역시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최근 카자흐가 심각한 경제난으로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권력에서 밀려나는 불명예보다 스스로 사퇴하는 길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요 원유 수출국인 카자흐는 국제유가 하락과 밀접한 교역 상대국인 러시아의 경제위기로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5% 수준에 머물고 있다. 78세 고령의 나이인 만큼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나자르바에프 대통령은 전립선암을 앓고 있으며 치료를 위해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다녀왔다는 얘기가 돌았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퇴임은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사퇴 발표 이후 카자흐 채권 가격은 하락했고 영국 런던에 상장된 카자흐 최대 은행 ‘할리크 은행’의 주식은 5% 하락했다. 또 이 소식은 카자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에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 카자흐 국유기업들의 민영화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그가 사임 후에도 ‘국부’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는 여당인 ‘누르 오탄’(‘조국의 빛줄기’)당 지도자와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은 계속해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군대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정책 결정 개입할 권리가 있으며 취임 당시 행동에 대해서는 면책이 된다. 이는 그와 그의 가족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재산을 압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조기 대선이 실시되기까지 대통령직 대행을 맡을 상원의장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상원의장 역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딸 다리가는 현재 상원의원이며 조카인 사맛 아비시는 국가 안보위원회의 2인자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오랜 집권 기간 카자흐의 정치 안정과 고도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장기 집권을 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을 일삼았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통치기간 동안 카자흐는 중앙아시아의 옛 소련 독립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며 지역 맹주로 부상했지만, 대통령 본인과 가족들의 축재와 비리, 언론·야권 탄압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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