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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로 당장 반사이익을 얻은 건 국민의당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40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선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게 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으로선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로서 향후 정국에서 반드시 건너야 할 지뢰밭이 된 셈이다. 국민의당을 거치지 않고서는 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100대 국정 과제가 좌초될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된 직후 안철수 대표는 “(김이수 후보자가)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소장으로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국민의당이)존재감을 내려 한건 아니지만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밝혔다. 캐스팅보터로서 국민의당이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좌초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이 불가피한 100대 국정과제 이행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박지원 의원(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 동의의 전제조건으로 박성진 후보자와 살충제 계란 논란을 일으켰던 류영진 식약처장의 사퇴와 해임을 촉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청와대와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예고된 결과라는 얘기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극중주의를 기존 정치를 혐오하는 안 대표만의 이상적인 ‘정치 유토피아’로 해석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에 국민의당 의원들이 기권이나 반대 표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부 여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야당들도 안 대표의 극중주의를 위시한 잠행(潛行)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극중이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를 만드는 정치철학으로 오인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캐스팅보터라는 존재감 부각에만 집중하면 결국 캐스팅보터 이상 발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