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증권가에선 “과도한 안도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따른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이 나오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절대적 수준이 높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경기 침체 가시화에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0.93포인트(3.37%) 상승한 2483.1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하루 새 3% 넘는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한 것은 2021년 2월25일(+3.50%) 이후 처음이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2%에서 7.7%로 둔화세를 보였고,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 속 달러 약세와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며 기술주들이 급등했다. 기관(9915억원)과 외국인(6961억원)의 동반 ‘사자’ 속에 시가총액 상위주들은 하루 새 기록적인 수익률을 보였다.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도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0.21% 급등하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2500원(4.14%) 오른 6만2900원을 기록했고, 장중에는 5개월 만에 6만3000원대를 넘나들었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5% 가까이 올랐다. 2차전지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LG화학(051910)은 6%대 올랐고,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는 3%대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8.26% 급격히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증시를 떠받쳤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중화권 증시에서 이탈해 한국 증시 비중을 본격 늘렸고, 미국 중간선거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맞물려 달러화 약세 속 외국인 ‘사자’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6230억원을, 기관은 1조2540억원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은 3조9850억원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반도체·2차전지 등 대형주를 집중 사들였다. 이달 들어(11월 1~11일)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4530억원), 삼성전자(005930)(3960억원), 삼성SDI(006400)(3280억원), SK하이닉스(000660)(2120억원), LG화학(051910)(1540억원), 삼성전기(009150)(139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850억원), 삼성전자우(005935)(800억원) 등이다.
“물가 정점 기대에도 美금리인상·실적 하향 여전”
다만 주식에 대해서 여전히 ‘중립’을 유지한 데 대해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진정이 확인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 실적 불확실성이 잠복하고 있는 점은 주식의 변동성 확대 요인”이라며 “아직은 할인율 완화만을 자산배분 전략에 반영해 주식비중을 중립으로 변경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2월부터 금리인상폭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인플레이션의 절대적 수준이 높아 금리인상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기업 이익의 하향 조정 흐름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경계심을 낮추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달러 강세’가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따른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가 변곡점에 이른 모습이지만, 연말까지 달러 강세는 지속되고 내년 1분기가 달러 추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달러의 추세를 전환시키는 것은 금리인상 속도조절이 아니라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금리 동결) 가능성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아닌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달러 강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