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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경찰관·여고생 성관계 사건과 관련해 경찰 내부 보고 누락에 고의적인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강 청장도 불명예스럽게 조직을 떠난 전직 청장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장 수난사 ‘자의반 타의반’ 사퇴에 검찰수사·감옥행도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경찰청장 중임금지 및 임기제(2년) 도입 이후 8명의 전임 청장 중 실제 2년을 채운 것은 이택순 전 청장(13대·2006년 2월 10일 ~ 2008년 2월 9일)로 단 1명 뿐이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보장을 위해 임기보장을 법(경찰법)으로 규정했지만 재임 기간 중 각종 사고 및 부실수사, 비리의혹과 이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 등으로 중도하차했다.
임기제 첫 청장인 최기문 전 청장(11대·2003년 3월 21일 ~ 2005년 1월 19일)은 임기만료를 2달여 남겨두고 전격 사퇴했다. 당시 사퇴배경을 두고 여권과의 갈등설 및 국회의원 출마설 등이 나오기도 했다.
중도사퇴한 청장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사건에 대한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허준영 전 청장(12대·2005년 1월 19일 ~2005년 12월 30일)은 2005년 11월 농민대회 시위 때 과잉진압으로 참가자 2명이 숨지자 사퇴했다. 조현오 전 청장(16대·2010년 8월 30일~2012년 5월 1일)은 수원여성 살인사건(오원춘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대응 비판여론에 자리를 내놨다.
강 청장의 전임인 이성한 전 청장(18대·2013년 3월 29일~2014년 8월 23일)의 경우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사건 부실수사가 발목을 잡았다.
김기용 전 청장(17대·2012년 5월 2일~2013년 3월 29일)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 임용돼 박근혜 정부가 출범(2013년 2월 25일)하자마자 한달 만에 물러났다.
경찰 수장이 수사의 대상으로 전락한데 이어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도 상당하다. 지난 1991년 경찰청 출범 이후 역대 수장 총 18명 중 9명이 기소돼 법정에 섰으며 이 중 8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임기제 총장 중 유일하게 2년 임기를 다 채운 이택순 전 청장도 재임시절인 2007년 7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미화 2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퇴임 후 불구속 기소됐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433만원을 선고 받았다.
강희락 전 청장(15대·2009년 3월 9일 ~ 2010년 8월 30일)은 함바(공사현장 식당) 브로커에게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돼 징역 3년 6월을 받았다.
최기문 전 청장의 경우 퇴임 뒤 한화건설 고문으로 재직하다 2007년 3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때 현직 경찰서장 등에게 사건의 축소·은폐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0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지만 같은해 8.15 특사 때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
조현오 전 청장은 2010년 3월 당시 서울경찰청장 재직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2014년 5월 만기출소했다.
가장 최근에는 허준영 전 청장이 지난 4월 검찰에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퇴임 뒤 코레일 사장 시절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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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찰청 감찰과가 지난 24일 SPO와 여고생 성관계 사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일 사전에 사건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조직적 은폐의혹이 나오는 등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급기야 강 청장과 이철성 경찰청 차장, 이상식 부산청장 등도 감찰조사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상명하복이 생명인 경찰 조직에서 수뇌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지 의문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선 경찰관들의 비위와 기강해이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의 한 경찰이 강남 유흥업소에 단속정보를 알려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전북소속 경찰들은 길거리에서 30대 여성을 성추행 하는가 하면 교통사고 조사를 받으러 온 시민에게 금품을 요구하다 잇따라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내부에서는 강 청장이 “임기종료 때까지 검·경 수사권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실제로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강 청장의 경찰대 선배인 황운하 경무관(경찰대 교수부장·경찰대 1기)은 최근 SNS에 “(강 청장은) 조직의 과제 해결보다는 자리보전 또는 퇴임 후 또 다른 자리 욕심에 매몰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경찰관·여고생 성관계 사건과 관련해 해당 경찰관의 행위와 보고누락 문제 등을 모두 조사한 뒤 경찰청장이 판단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경찰 조직을 살리기 위해 수장이 어떤 결심을 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