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영장 청구한 김수남…취임사 ‘법불아귀(法不阿貴)’ 지켰다(종합)

한비자 인용 ‘법은 귀인에 아부 안한다’ 강조
임명권자에게 구속영장 청구한 첫 검찰총장
청구 전 법조원로 및 참모진 의견 구하며 고심
  • 등록 2017-03-27 오후 6:57:50

    수정 2017-03-27 오후 7:27:09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 2월 대검찰청에서 열린 조기대선 대비 전국공안부장검사회의에서 당부사항을 전한 뒤 회의장에서 나오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엿새의 장고를 끝낸 김수남(58·사진) 검찰총장의 결정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였다.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자신을 임명한 박 전 대통령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2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지 6일 만이다. 최종 결정은 김 총장이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세 번째 전직 국가원수가 됐다. 또 전직 대통령 중에서는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친부터 대 이어 이어진 악연

김 총장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은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김 총장의 부친인 고(故) 김기택 영남대 총장은 학교 비리와 관련해 재단과 갈등을 빚다 사퇴했다. 당시 영남대 재단 이사장을 맡은 이가 박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앙금이 남았는지 김 총장의 부친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이명박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외곽조직의 대표까지 맡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취임 후 김 총장이 고검장 승진에 탈락하자 ‘부친과의 악연이 영향을 미쳤다’는 뒷말이 나왔다.

하지만 2013년 김 총장은 수원지검장 시절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청와대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요직을 거치다 2015년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김 총장은 2015년 12월 2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의 ‘법불아귀’라는 한비자의 말을 인용하며 “수사의 객관성·공정성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며 지켜야 할 절대가치”라고 강조했다. 한비자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에 강력한 법치를 주장했던 사상가다.

김 전 총장은 임명권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영장청구로 결론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상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영장을 청구한 것은 김 총장이 처음이다.

또 박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바른정당의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도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과 나라의 품격을 생각할 때 불구속 수사가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등 영장청구에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2월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법과 원칙에 따라” 엿새 고민 끝 영장 청구

김 전 총장은 영장청구에 앞서 검찰 선배와 참모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전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61)씨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구속된 데다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가 무려 13개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점 등을 볼 때 법과 원칙에 따른다면 영장 청구는 당연하다는 원론적인 의견에 더 힘이 실렸다.

지난 23일 출근길에서 김 총장은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준비한 듯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는)오로지 법과 원칙, 그리고 수사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상 영장청구로 마음이 기울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결국 김 총장은 6일간의 장고 끝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로 결론을 내렸다. 한때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박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고 초조하게 구속여부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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