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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정부가 2013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한 고교무상교육이 7년 만에 첫발을 뗐다. 당장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2학기부터 수업료나 교과서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교육계에서는 중학교 무상교육이 완성된 2004년 이후 가장 큰 변화로 받아들인다. 중학교 졸업자의 99.7%가 고교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어서다.
무상교육 대상 49만→88만→126만 단계 확대
9일 당·정·청이 합의한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 방안에 따르면 당장 2학기 고3 학생 49만 명이 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지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어 내년에는 고교 2·3학년 88만 명이, 2021년에는 고교 전 학년 126만 명이 이러한 혜택을 받게 된다.
현재 전체 고등학생이 연간 부담하는 입학금·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비의 전국 평균은 1인당 158만2000원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연간 160만원에 가까운 학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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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무상교육의 필요성은 보수정부에서도 거론돼 왔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고교무상교육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고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초기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한 국고 지원은 인색했던 반면 재정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긴 탓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교 졸업자의 99.7%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진학률이 99%를 넘지만 중학교와 달리 고교 학비는 무상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고교무상교육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교육계는 이번 고교무상교육 추진을 2004년 완성한 중학교 무상교육 이후 중등교육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로 받아들인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위원은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마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13개 시도교육청 ‘고교무상교육=교육감 공약’
고교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 벌써부터 재원 확보방안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체 예산 중 절반을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기에 교육감들의 입장이 바뀔 경우 재원마련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2016년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놓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격돌했던 ‘누리과정 사태’의 재발을 우려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정부가 국고 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고 교육감들에게 예산 부담을 떠안긴 2016년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2016년 예산안을 마련하며 누리과정 총 예산 4조원 중 어린이집 지원액 2조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예산당국의 반대로 전액 삭감되면서 누리과정 사태의 발단이 됐다. 하지만 고교무상교육의 경우 실제 추가되는 예산으로 계산하면 약 70%를 중앙정부가 부담한다. 총 소요 예산 1조9951억원 중 5388억원은 시도교육청이 저소득층 고교생 교육비 지원사업 등으로 이미 지원해오던 부분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도 지방공무원 자녀나 한부모 자녀 교육비 지원 명목으로 이미 1019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총 소요액 1조9951억원 중 실제 추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1조3544억원이다. 실체 추가되는 부담액만 놓고 보면 국고 지원 비중은 70%(9466억원)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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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무상교육의 경우 2004년 전면 시행된 이후 2005년부터는 교부금을 증액해 지원했다. 당시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지방교육재정으로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비율을 0.85%포인트 인상한 것. 교육부와 예산당국은 2024년 이후 학생감소 등 교육재정 여건을 검토한 뒤 고교무상교육 지원방안을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고교무상교육을 완성한 이후 재정 현황과 인구변동 등 교육여건을 감안해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