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김학의 사건’·‘월성 원전 사건’ 등 대검찰청 결재만 남았던 ‘권력 비리 수사’의 명암이 갈리는 모양새다. 두 사건 모두 대검에서 한 달 이상 계류되는 동안 검찰 중간 간부 인사로 수사팀이 해체됐지만 ‘김학의 사건’ 수사팀은 사건을 마무리짓지 못하게 된 반면, ‘월성 원전 사건’ 수사팀은 해체 직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재판에 넘겼기 때문이다.
|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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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맡고 있는 대전지검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7월 2일자로 수사팀장인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수사팀이 사실상 공중분해되기 직전 기소를 실행한 것이다.
앞서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한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지난달 해당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한동안 승인은 받지 못했다. 이에 대전지검은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전날인 지난 24일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이들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직권남용 혐의와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지난 28일 노정환 대전지검장이 김오수 검찰총장에 이 같은 결과를 전달했다. 대검은 이들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등 적용엔 무리가 없지만, 업무 방해 혐의 적용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대전지검은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에게는 직권남용과 업무 방해 혐의를, 정 사장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다만 김오수 검찰총장은 백 전 장관이 정 사장의 배임, 업무방해를 교사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총장 직권으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결정했다. 대전지검은 이에 대해서는 수심위 심의 이후 기소 여부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성 원전 수사팀이 수사팀 해체 전 기소를 실행하며 수사를 사실상 끝낸 반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검 수사팀은 수사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후임자들에 사건을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수사 결론까지는 시간이 상당 기간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사실상 30일을 끝으로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부장검사는 7월 1일 오전 수원지검에서 열리는 전출 행사에 참가한 뒤 대구로 곧장 떠난다. 김학의 사건 수사팀의 차(次)선임인 이상혁 부부장 검사도 대전지검으로 전보되면서 결국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 인원 5명 중 평검사 3명만 수원지검에 남게 됐다. 사실상 수사팀이 ‘공중분해’된 셈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대검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대검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수사팀은 기소 여부를 외부 위원들이 판단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까지 검토했으나 사건 관계인이 아닌 수사팀이 요청하는 것이 전례가 없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거의 50일째 대검에서 결재를 안 해 주고 있다. 물리적으로 사건 처리가 어려워졌다”면서 “수사팀이 바뀌면 기록 검토를 이유로 아마 몇 달 시간이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병문)로 재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검찰 직제 개편으로 인해 수원지검의 경우 말(末)부인 형사6부에서만 직접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기존 수사팀원 중 수원지검에 남는 검사 3명 모두 형사6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수원지검장의 별도 지시가 없는 한 수사팀은 모두 교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