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회성 협약으로는 가격 하락으로 인한 폐지 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 올해 하반기에 정부가 폐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제지업계, 고물상·폐지사 등 제지원료업계와 함께 이같은 내용의 ‘폐지 공급과잉 해소 및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제지업계는 한국제지연합회,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와 △(주)고려제지 △깨끗한 나라 △신대양제지(주) 등 주요 7개 제지사 등 9곳이다. 제지원료업계는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 △한국시설관리사업협동조합 등 폐지업계와 △전국고물상연합회 △한국자원재활용협회 △한국고물상협회 등 5곳이다.
이번 업무협약은 설 명절에 종이로 만들어진 포장상자와 신학기를 맞아 예전에 썼던 학습용 책자가 다량으로 배출되는 등 폐지가 쏟아져 쌓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폐지를 수거해 가공하는 압축장에 폐지 적체가 시작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2017년 말 1㎏ 당 130원 수준이던 폐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80원 선으로 떨어졌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60원까지 추락하면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설 명절 이후 폐지 배출이 늘어나면 폐지 가격이 더욱 하락하고, 쓰레기가 쌓이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이번 업무협약을 마련했다. 협약에 따라 제지업체는 올해 2월 말까지 총 2만t의 국산 폐지를 선매입해 비축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의 유휴 부지를 비축 장소로 제공하고, 선매입 물량의 보관에 소요되는 비용 일부도 보전한다.
이번 업무협약에는 폐지에 물을 뿌려 무게를 늘리는 등 저품질 폐지가 나오는 상황을 막는 방안도 담겼다. 현재 폐지를 거래할 때 별도의 계약서 없이 진행된다. 제지업체가 필요한 물량을 제지원료업계가 수시로 납품하고, 수분과 이물질 함량을 현장에서 어림잡아 감량해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확한 감량기준이 없어 고물상 등 원료업체와 제지사 간의 공정한 거래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환경부, 제지업계, 제지원료업계는 올해 3월까지 계약 기간과 금액, 품질 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상반기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제지원료업체가 이물질을 넣거나 물을 뿌리는 등 폐지의 무게를 늘리는 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업체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고, 업체 명단을 공개해 고품질의 폐지가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이물질이 함유됐거나 폐유 등에 오염된 폐지가 국내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수입폐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환경부는 폐지 비축, 표준계약서와 수분 측정기 도입 등 이번 협약 내용이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폐지수급 상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수입폐지 현장점검, 종이 분리배출 및 재활용 제도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