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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오는 8월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대량해고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비용 부담을 우려한 대학들이 강좌 수를 줄이거나 전임교원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강사 구조조정에 착수한 탓이다. 강사단체는 교육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치는 등 배수진을 쳤다. 대학의 강사 대량 해고를 막아달라는 요구지만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1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한 한국비정규교수노조(한교조)는 △강사 대량해고 저지 △방학 중 강사 임금 인상 △대학혁신사업비 강사 인건비 사용 허용 △전임교원 책임시수 9시간 이하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교조는 이달 말까지 천막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달 말이면 대학별 강의 배정이 끝나기 때문에 위기감이 높다. 한교조는 “학생 수업 선택권 보호를 위해 교육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8월 시행되는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를 부여, 임용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 게 골자다. 강사법 시행에 따라 대학은 강사를 임용할 때 최소 1년 이상으로 계약해야 하며 방학 중에도 임금을 줘야 한다. 강사에게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최소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토록 했다.
시간강사 해고 나선 대학 18곳
현재 영남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최소 18개 대학에서 강사 구조조정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교조에 따르면 고신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동신대·동아대·신라대·부산외대에서 강좌 수를 줄이거나 전임교원이나 겸임·초빙교원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구대의 경우 200개의 개설강좌 수를 줄이면서 최소 400명의 강사가 강의 배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임교원에게는 주당 최대 21학점에 달하는 강의를 배정, 교육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임순광 한교조 위원장은 “고등학교에서도 교사가 주당 14시간을 수업하는데 대학에서 18시간, 20시간을 강의할 경우 교육의 질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며 “전임교원 강의 시수를 주당 9시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사 구조조정 수도권 대학으로 확산
수도권의 경우에도 가천대·경기대·성공회대·숙명여대·이화여대·경희대·성신여대·중앙대·한양대 등에서 강사 해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교조에 따르면 경기대는 모든 시간강사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으며 연세대는 교양과목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이화여대는 강의를 많이 맡은 전임교수에게 강의실적을 연구실적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공회대는 지난해 128명이던 강사 수를 102명으로 감축할 방침이다.
“일반재정지원 강사 인건비 활용 불가”
한교조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대학에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 8596억원을 시간강사 인건비 지원 용도로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대학자율역량 △대학특성화 △산업연계교육 △인문역량강화 △여성공학인재 사업 등을 모두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통합했다. 올해 일반재정지원사업 예산은 모두 8596억원이다. 이 중 5688억원은 4년제 일반대학 143개교에, 나머지 2908억원은 전문대학 97곳에 지원한다. 일반대학은 대학 당 평균 40억원을, 전문대학은 평균 30억원씩 지원 받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일반재정지원사업을 강사 인건비로 쓰게 되면 예산당국에 더 이상 강사 지원을 목적으로 한 예산을 요구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대신 교육부는 내년도 일반재정지원에서 강좌 수를 대량 감축하는 대학에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일반재정지원에 다른 연차평가를 진행, 차기 연도 재정지원 사업비 중 20% 내에서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오는 8월 시행되는 강사법은 2011년 최초 통과한 강사법에서 대학의 의견을 많이 수용해 개선한 것”이라며 “강사 대량해고 등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고 강사법이 연착륙하도록 대학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