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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은 9월 24일부터 중국산 물품 2000억달러 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세율이 25%까지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무역전쟁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로 가고 있다. 앞서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완화할 의도가 없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관세 문제로 더 고통을 느끼기 원한다는 의중을 최근 사적인 자리에서 내비쳤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이전시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냉난방 시스템을 만드는 미국 기업 레녹스 인터네셔의 토드 블루돈 레녹스 사장은 “우리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조치가 단기적으로 끝날 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 등 저비용 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스 반 호텐 필립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22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급 체인을 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호텐 CEO는 “이제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으로 가져가거나 그 반대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생산기지를 분산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 신발회사인 스케쳐스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타일회사인 타일샵은 현재 50% 수준인 아시아 생산량을 25%까지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소닉 역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카스테레오 등 자동차에 탑재되는 기계를 태국이나 멕시코 등으로 옮기고 전자부품이나 미 테슬랑에 공급하는 차량전지 일부 원료도 중국제를 미국에서 수입해 추가관세를 물어야 한다. 파라소닉 측 고위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세에 따른 영향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최대 100억엔 정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를 피해 중국을 떠나는 것은 미 수출 비중이 큰 중국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 가전제품 대기업인 TCL집단은 멕시코공장의 액정텔레비전 생산량을 늘려 중국 본토에서의 생산량을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2018년 생산대수는 300만에서 400만대로 2017년 생산량 200만대를 크게 뛰어넘는다. 액정텔레비전은 미국이 발표한 관세 부과 품목에서는 제외됐지만 향후 제재 부과대상이 늘어날 상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생산기지의 변경은 공급체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텔레비전의 경우, 전자부품이나 액정패널, 패널에 사용되는 유리 등 원재료 생산지나 수입처 변경이 동반된다. 탈중국이 단순한 생산기지 변경이 아닌 글로벌 공급체인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로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에는 순풍이 불고 있다. 태국 스마트폰부품 델타 일렉트로닉스 타이랜드의 디크 쉐이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