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관세 피하자"…대미 수출품 생산기지 脫중국 '러시'

美·日기업에 이어 中기업도 미국수출제품 생산기지 이전
생산기지 옮기면 공급체인 전체 영향…"파급효과 클 것"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수혜
  • 등록 2018-10-24 오후 4:34:19

    수정 2018-10-24 오후 4:34:19

△뉴욕 맨하탄의 전자제품 매장에 있는 건조기와 세탁기 모습.[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이 고율 관세를 피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미국은 9월 24일부터 중국산 물품 2000억달러 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세율이 25%까지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무역전쟁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로 가고 있다. 앞서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완화할 의도가 없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관세 문제로 더 고통을 느끼기 원한다는 의중을 최근 사적인 자리에서 내비쳤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이전시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냉난방 시스템을 만드는 미국 기업 레녹스 인터네셔의 토드 블루돈 레녹스 사장은 “우리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조치가 단기적으로 끝날 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 등 저비용 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스 반 호텐 필립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22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급 체인을 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호텐 CEO는 “이제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으로 가져가거나 그 반대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생산기지를 분산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 신발회사인 스케쳐스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타일회사인 타일샵은 현재 50% 수준인 아시아 생산량을 25%까지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것은 미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쓰비시 일렉트릭에 이어 일본전자, 파라소닉 등 일본 전자기업들은 미 수출용 제품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이전하기로 했다. 미쓰비시 일렉트릭은 중국 다롄(大連)에서 운영하던 미 수출용 생산공장을 일본 나고야로 옮기는 작업을 7월부터 시작했고 일본전산 역시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부품이나 가전부품 생산 일부를 멕시코로 이동하기로 했다. 올해 중 약 200억엔을 투자해 멕시코에 있는 생산공장 인근에 새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용 전동 파워스티어링의 모터, 에어콘 부품 등을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품목이 주 이관대상이 된다. 시게노부 나가모리 일본전산 CEO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연쇄돼 파급력을 나타낼 것”이라며 생산기지 이전은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최선의 방안임을 시사했다.

파라소닉 역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카스테레오 등 자동차에 탑재되는 기계를 태국이나 멕시코 등으로 옮기고 전자부품이나 미 테슬랑에 공급하는 차량전지 일부 원료도 중국제를 미국에서 수입해 추가관세를 물어야 한다. 파라소닉 측 고위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세에 따른 영향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최대 100억엔 정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를 피해 중국을 떠나는 것은 미 수출 비중이 큰 중국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 가전제품 대기업인 TCL집단은 멕시코공장의 액정텔레비전 생산량을 늘려 중국 본토에서의 생산량을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2018년 생산대수는 300만에서 400만대로 2017년 생산량 200만대를 크게 뛰어넘는다. 액정텔레비전은 미국이 발표한 관세 부과 품목에서는 제외됐지만 향후 제재 부과대상이 늘어날 상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폴리에스테르 기업 저장하이리더 신재료(浙江海利得新材料) 기업은 베트남에 첫 국외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2020년 중반부터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매출 20%가 미국 수출이다. 중국의 자전거 부품 생산업체인 신룽처랴오(信隆車料)도 베트남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며,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타이어 생산업체인 산둥링롱타이어는 세르비아로 공장을 옮긴다.

생산기지의 변경은 공급체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텔레비전의 경우, 전자부품이나 액정패널, 패널에 사용되는 유리 등 원재료 생산지나 수입처 변경이 동반된다. 탈중국이 단순한 생산기지 변경이 아닌 글로벌 공급체인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로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에는 순풍이 불고 있다. 태국 스마트폰부품 델타 일렉트로닉스 타이랜드의 디크 쉐이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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