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소리도 디자인"…‘무풍 에어컨’ 탄생시킨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가보니

브랜드 이미지 만드는 ''사운드 랩''
빵 굽고 에어컨 틀고…가정집처럼 꾸민 실험실도
  • 등록 2017-07-19 오후 5:00:08

    수정 2017-07-19 오후 5:00:08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캠퍼스 내 있는 사운드랩(sound lab)에서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제품에 적용되는 음향을 디자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도 도솔도시솔”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를 써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멜로디다. 여섯 개 음으로 구성된 이 멜로디 이름이 바로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이다. 지난 2012년 ‘갤럭시S2’에 적용된 이후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을 대표하는 멜로디로 자리 잡았다.

19일 ‘오버 더 호라이즌’을 만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캠퍼스 내 사운드랩(sound lab)을 찾았다. 삼성전자가 2015년 서울 R&D캠퍼스를 만든 이후 기자단에게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곳에선 10명 이내의 사운드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이들이 가전·무선·웨어러블 등 각 분야를 담당한다. 사운드랩은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메인 부스와 사람 소리를 따는 녹음실, 이를 종합하는 사운드 디자인 콤플렉스(complex)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명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UX혁신팀 사운드 디자이너는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철학 아래 한 음 한 음 고민해 사운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사운드랩에서 소리를 만들 때 하나 더 신경 쓰는 부분은 각 기기 특성에 맞는 적합성이다. 똑같은 멜로디라도 기기에 맞게 느낌을 달리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출시된 무풍(無風)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가전제품에 적용되는 멜로디인 ‘비욘드 더 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을 기본으로 했지만 에어컨을 켜거나 끌 때 상쾌한 시원한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변주했다. 갤럭시기어S3의 경우 가볍고 휴대가 편한 느낌을 살리고자 120bpm(1분당 박자수)에 맞춰 소리가 설정됐다. 갤럭시S8에 탑재된 카메라 셔터 소리는 이전에 삼성전자가 내놨던 카메라 ‘NX20’ 셔터 소리에서 따왔다.

남명우 디자이너는 “삼성전자가 출시한 모든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들어본 뒤에 가장 좋았던 소리를 넣었다”며 “기기 특성상 날 법한 소리를 찾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했다.

음악뿐 아니라 사람 소리도 이곳에서 녹음한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서비스인 ‘빅스비’(Bixby)도 사운드랩에서 탄생했다. 남 디자이너는 “일부는 다른 곳에서 녹음했지만 최종적으로 서울 캠퍼스 사운드랩에서 소리를 다듬었다”며 “휴대전화 벨·알람소리는 수원 사업장 내 사운드랩과도 협력한 결과”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캠퍼스 내 가정 체험 실험실(home experience lab)에서 UX 디자이너들이 무풍 에어컨, 공기청정기인 블루스카이 등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날 ‘가정 체험 실험실’(home experience lab)도 공개했다. 이 곳은 174㎡(52평) 크기로 거실·주방·침실·화장실 등 일반 가정집과 똑같이 꾸며졌다. 실제 가정에서 가전 제품을 쓸 때 불편하거나 개선할 점을 찾기 위해서다. 실험실엔 30종 정도의 가전제품이 설치돼 있다.

임경애 삼성전자 UX디자인 그룹장은 “전 세계에 이런 공간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미에도 실제 가정집처럼 꾸며 실험하긴 하지만 규모가 더 작다”고 강조했다.

널찍한 주방엔 삼성전자뿐 아니라 밀레·제네어 등 경쟁사 제품도 함께 놓여 있었다. 임 그룹장은 “빵을 굽더라도 삼성 오븐과 함께 다른 기업 오븐에서도 요리해본다”며 “다른 경쟁사 제품도 확인해봐야 하기 때문에 실험실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실험실에서는 연간 고객 500여명을 초대해 제품과 관련한 의견을 듣는다. 피드백을 줄 고객은 엄격하게 선정한다. 미국에 진출할 프리미엄 상품군이라면 상위 소득 10%에 해당하는 미국인을 샘플링해 초대하는 식이다.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장은 “생활가전은 길게는 10년 이상 생활 속에서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한다”며 “삼성전자는 가전을 디자인할 때 유행을 타기보단 오랫동안 변치 않는 배려의 미학을 담고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경영의 한 축을 책임지는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은 “AI나 사물인터넷(IoT) 관련 새로운 제품군이나 지난해 인수한 하만과의 협업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조만간 시장이 관심 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캠퍼스는 5만3000㎡ 정도 부지에 6개동으로 구성됐다. 디자인, 소프트웨어센터,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연구소, IP센터 등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역량 강화에 핵심적 기능이 모여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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