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를 써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멜로디다. 여섯 개 음으로 구성된 이 멜로디 이름이 바로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이다. 지난 2012년 ‘갤럭시S2’에 적용된 이후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을 대표하는 멜로디로 자리 잡았다.
19일 ‘오버 더 호라이즌’을 만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캠퍼스 내 사운드랩(sound lab)을 찾았다. 삼성전자가 2015년 서울 R&D캠퍼스를 만든 이후 기자단에게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곳에선 10명 이내의 사운드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이들이 가전·무선·웨어러블 등 각 분야를 담당한다. 사운드랩은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메인 부스와 사람 소리를 따는 녹음실, 이를 종합하는 사운드 디자인 콤플렉스(complex)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명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UX혁신팀 사운드 디자이너는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철학 아래 한 음 한 음 고민해 사운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사운드랩에서 소리를 만들 때 하나 더 신경 쓰는 부분은 각 기기 특성에 맞는 적합성이다. 똑같은 멜로디라도 기기에 맞게 느낌을 달리한다는 얘기다.
남명우 디자이너는 “삼성전자가 출시한 모든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들어본 뒤에 가장 좋았던 소리를 넣었다”며 “기기 특성상 날 법한 소리를 찾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했다.
음악뿐 아니라 사람 소리도 이곳에서 녹음한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서비스인 ‘빅스비’(Bixby)도 사운드랩에서 탄생했다. 남 디자이너는 “일부는 다른 곳에서 녹음했지만 최종적으로 서울 캠퍼스 사운드랩에서 소리를 다듬었다”며 “휴대전화 벨·알람소리는 수원 사업장 내 사운드랩과도 협력한 결과”라고 했다.
|
임경애 삼성전자 UX디자인 그룹장은 “전 세계에 이런 공간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미에도 실제 가정집처럼 꾸며 실험하긴 하지만 규모가 더 작다”고 강조했다.
실험실에서는 연간 고객 500여명을 초대해 제품과 관련한 의견을 듣는다. 피드백을 줄 고객은 엄격하게 선정한다. 미국에 진출할 프리미엄 상품군이라면 상위 소득 10%에 해당하는 미국인을 샘플링해 초대하는 식이다.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장은 “생활가전은 길게는 10년 이상 생활 속에서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한다”며 “삼성전자는 가전을 디자인할 때 유행을 타기보단 오랫동안 변치 않는 배려의 미학을 담고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경영의 한 축을 책임지는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은 “AI나 사물인터넷(IoT) 관련 새로운 제품군이나 지난해 인수한 하만과의 협업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조만간 시장이 관심 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