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 짙던'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戰 승자로

경영권 집착 않고 '미·일 연합' 합류
"열세인 낸드 경쟁력 높일 발판 마련"
  • 등록 2017-06-21 오후 4:54:51

    수정 2017-06-21 오후 4:54:51

SK하이닉스 이천공장 내부 모습.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혼전을 거듭했던 일본 도시바(東芝) 인수전이 SK하이닉스(000660)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있다. 그간 인수전에서 밀리던 SK하이닉스(000660)는 막판에 미·일 연합 합류라는 ‘깜짝 카드’로 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반전을 만들어 낸 ‘신의 한 수’였다.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케피털, 일본 산업혁신기구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하고 최종 조율에 돌입했다. 도시바는 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우선협상대상자 후보를 발표하고 오는 2018년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낸드플래시 세계 2위인 도시바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D램보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낸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으려면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게 최우선”이라면서 “도시바는 64단 3D 낸드를 가장 먼저 개발하는 등 기술력이 뛰어나서 앞으로 좋은 승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미·일 연합의 총 인수대금은 2조엔(약 20조원) 수준이다. 이는 브로드컴 연합과 대만 혼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이 제시한 금액보다 2조 원가량 낮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를 원했던 도시바는 이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도시바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전략을 선회했다.

도시바는 애초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지분을 내주는 걸 꺼렸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을 사들이지 않았다. 베인캐피털 등에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형식으로 미·일 연합에 합류했다. 경영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다가가 일본 정부의 환심을 산 것이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은 합산 6000억엔(약 6조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일본 산업혁신기구를 비롯한 일본계 자금이 지분 가격 절반에 해당하는 1조엔(약 10조원)을 투입했다. 일본 정부가 도시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분 절반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복수의 일본 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한다.

다만 도시바와 협력 관계인 웨스턴 디지털(WD)의 매각 반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이날 WD는 성명서를 내고 “도시바가 (우리) 동의 없이 반도체 사업을 양도할 권리는 없다”고 비난했다. 도시바와 일본 내 반도체 공장을 합작 운영 중인 WD는 독점협상권을 주장하며,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원에 매각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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