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업용부동산 폭풍전야…2027년까지 대출만기 약 3000조원

팬데믹으로 만기 연장 대출 작년 기준 728조원
디폴트 빠진 차주, 상당수 이미 워크아웃 진행
금융부실 전이우려…당국 "부채규모 점검" 주문
  • 등록 2024-01-17 오후 10:10:39

    수정 2024-01-17 오후 10:10:39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미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 올해부터 2027년까지 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약 3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1~2년 만기가 연장된 것들로, 높은 공실률(빈사무실 비율)과 고금리 여파로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차주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차주가 많을 경우 부동산시장 전체를 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자료 사진 =AFP연합]


17일 데이터 회사 트렙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부동산(사무용빌딩·호텔·오피스텔·상가 등)을 담보로 한 대출 가운데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대출채권은 5410억 달러(728조원)로, 이는 단일 연도 사상 최고치다. 이 채권들은 올해부터 상환을 해야 하는데, 2027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것까지 합하면 총 2조2000억달러(2961조원)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공실률이 높아지고 현금 흐름이 약화해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상당수의 차주가 올해부터는 만기연장해온 대출의 이자를 갚아야 하지만, 처음 대출 받을 당시에 비해 크게 오른 금리는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상당수의 상업용부동산 사업자가 디폴트 상태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DBRS 모닝스타(DBRS Morningstar)의 수석 부사장인 그웬 로쉬(Gwen Roush)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대출자들은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현실은 언젠가는 온다”고 경고했다.

WSJ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나 탄력근무가 계속되면서 오피스빌딩은 공실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부 임대주택도 공실률이 증가해 많은 집주인이 임대료를 인상하거나 변동 금리 부채를 상환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취급한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유가증권으로 전환된 상업용 모기지 대출 연체율이 2024년 4.5%, 2025년 4.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준 2.25%의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규모다. 소매업, 호텔, 사무실 연체율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피치는 내다봤다.

매튜 앤더슨 트랩 전무이사는 “물가와 금리가 하락하면 부담이 줄어들겠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금리인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WSJ는 “미 금융 당국이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금융시스템 부실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신설된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작년 보고서에서 “재정적으로 부실한 부동산의 매각은 가치 평가의 폭넓은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SOC는 또 민간 금융기관들에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상황을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고 WSJ는 전했다. 자체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다른 부동산 채권자들에게 빌려준 자금까지 조사하도록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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