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퀄컴맨…' 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인재 수혈 속도

설비기술연구소 부사장에 윤석민 램리서치 디렉터 영입
반도체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싸이클 설비 개선, 효율↑
3나노 GAA 양산에 이어 2나노 공정 개발까지 속도전
  • 등록 2022-08-17 오후 5:34:12

    수정 2022-08-17 오후 9:21:42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급’ 새로운 피를 수혈해 반도체 초격차와 함께 신산업 발굴에 보다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설비기술연구소 설비개발실 담당임원(부사장)으로 세계 3위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 램리서치의 윤석민(51·사진) 수석 디렉터를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설비기술 선행연구 및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총 책임을 맡긴 것이다. 반도체 회로설계, 공정기술, 시스템 설계 등 반도체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싸이클에 거쳐 설비를 개선하고 효율을 높이는 일을 담당한다.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UC 샌디에고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윤 부사장은 줄곧 램리서치에서 신제품 개발 연구를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램리서치는 최근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식각(에칭) 장비 신제품을 개발했는데 그의 역할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3나노 GAA(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양산에 성공하는 등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윤 부사장의 영입을 통해 3나노 GAA 2세대, 2나노 공정을 위한 차세대 설비 개발 및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램리서치는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에 연구개발(R&D)센터인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윤 부사장은 램리서치와 함께 긴밀한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윤 부사장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알고 있다”며 “그의 영입으로 삼성전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내기 위한 설비 확충에 보다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6월 미국 퀄컴 출신 윤세승 부사장을 파운드리 디자인 플랫폼 개발실 담당임원으로 영입했다. 1990년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하다 퀄컴에서 비메모리반도체 설계 특허 출원도 한 그를 다시 끌어 오면서 파운드리 기술 강화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이달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최고경영자(CEO) 직속 신사업 태스크포스(TF)장으로 정성택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과 맥킨지앤드컴퍼니, 도이치텔레콤 등 IT기업과 컨설팅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했던 IT분야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타버스와 로봇 등 신성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그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글로벌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피를 수혈해 ‘기술 초격차’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면서 “시장의 혼동과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 귀국 직후 삼성 사장단은 곧바로 경기도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긴급회동을 하고 미래 먹을거리 및 인재 육성 계획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삼성인력개발원은 20년 전인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장단회의를 소집해 5년·10년 후 삼성의 미래를 위해 ‘S급 인재’ 영입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한 곳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복권된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다시 활발한 인재 영입에 나설 것으로 안다”며 “반도체 초격차와 함께 새로운 융복합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외부 인재 영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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