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질주 언제까지?..연일 신고점 찍는 세가지 이유

비트코인, 6만5000달러 근접 '역대 최고'
①개인 더해 기관까지 밀어올린 가격
②코인베이스 증시 직상장 '일대 사건'
③유한성 등 안전자산 특성 새삼 부각
단기 변동성, 정부 규제 등 우려도 여전
  • 등록 2021-04-14 오후 10:00:00

    수정 2021-04-14 오후 10:00:00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비트코인 가격이 또 신고점을 갈아치웠다. 사상 처음 1개당 6만5000달러선에 근접하면서다. 두 달이 채 이어지지 않은 2017년 말 당시 강세장과 비교해 ‘이번에는 다르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온다.

6만5000달러 근접한 비트코인값

14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15분 현재(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6만4038달러(약 71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24시간 내 기준으로 장중 6만4502달러까지 치솟으며 6만5000달러 목전에 왔다. 역대 최고치다.

자연스레 비트코인의 덩치는 커졌다. 컴퍼니스마켓캡 집계를 보면,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2030억달러로 전세계 자산 중 8위다. 금과 함께 또다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1조3870억달러·7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비트코인 앞에는 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사우디 아람코,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은 등 초우량 자산밖에 없다. 페이스북, 텐센트, 테슬라, 알리바바, 버크셔 해서웨이, TSMC, 삼성전자(005930)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시총이 비트코인에 못 미친다. 가상자산 2위인 이더리움의 시총은 2754억달러로 36위에 올라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그렇다면 ‘실체가 없다’는 비판에 줄곧 시달리는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손에 꼽히는 게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 기대감이다. 개인들이 가격을 밀어 올렸던 2017년 강세장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건 기업과 기관의 매수세다.

비트코인 트레저리스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이날 기준 9만1579개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데,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는 기업 시총의 71%에 이를 정도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시총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쉽게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4만8000개), 스퀘어(8027개), 마라톤 글로벌(5263개)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와 동시에 블랙록,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월가를 대표하는 금융사들이 고객에게 가상자산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기관들의 움직임이 중요한 건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은 주식(기업)처럼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처럼 산업 수요가 있지도 않다. 말 그대로 실체가 없다. 그래서 비트코인 가격은 오로지 수요과 공급으로 결정되는데, 기업과 기관의 뭉칫돈이 들어오면 수요는 더 탄탄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단타 매매 성향이 짙은 개인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강세장이 두 달이 채 안 간 2017년 말과는 다르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두 번째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상장이다. 코인베이스는 14일부터 나스닥에서 ‘COIN’ 종목명으로 거래가 시작된다.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거래의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인 회사다. 이같은 코인베이스가 뉴욕 증시에 발을 디디는 것 자체로 비트코인의 신뢰도와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가상자산 플랫폼 루노의 마커스 스와너폴 CEO는 “업계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했다.

CNBC 등에 따르면 나스닥은 코인베이스의 직상장 기준가격을 250달러로 책정했다. 이에 따른 코인베이스의 시총은 650억달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시총이 1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웰스파고(1645억달러), 씨티그룹(1504억달러), 모건스탠리(1488억달러) 등 전통의 금융사들이 가시권에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

세 번째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와중에 비트코인 특유의 안전자산 특성이 새삼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2100만개까지만 채굴하도록 설계돼 있다. 땅 속에 묻힌 금 혹은 은의 양에 한계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곧 인플레이션 위험이 없다는 뜻이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찍어낼 수 있는 법정화폐는 근래 인플레이션 공포에 특히 노출돼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지난 2월1일 기준 광의통화(M2) 규모는 19조4177억달러다. 팬데믹 직전인 지난해 2월24일(15조4468억달러)과 비교해 1년도 안 돼 25.7% 폭증했다. 달러화가 이렇게 단기간 많이 공급된 건 역사상 전례가 없다.

단기 변동성, 정부 규제 우려 여전

다만 단기 변동성은 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비트코인의 역사가 10년 남짓인 만큼 금과 같은 안전자산처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등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굴지의 자산운용사인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스캇 마이너드 CEO는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과거 게임스톱이 빠져 들었던 투기적인 버블에 걸려든 게 분명하다”며 “비트코인 시총이 과도하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2만~3만달러까지 가파른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코인베이스 상장을 둘러싼 거품 논란이 나오는 것과 같은 지적이다. 비트코인값이 급락하면 거래량이 줄고,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가 덩달아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규제 우려 역시 작지 않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정부가 비트코인을 허용해야만 확고하게 (자산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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