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기, 정부는 금리 눌러…'골디락스' 코스피 2800 간다"

자본시장연구원 전망
GDP -0.8%→3.3%…화이자 백신, 실제 긍정 전망에 나타나
美 서비스 중심 회복, 수출 중심 국내 경기 회복엔 부정적
연준 2024년말·한은 2022년 중반까지 기준금리 안 올려
애초 디플레 압력 크고 유동성 공급은 항상 '스탠바이'
"정부 역할 커져 변동성 확대"...
  • 등록 2020-11-25 오후 4:52:15

    수정 2020-11-26 오후 1:51:1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이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됐던 경기 회복이 지속되는 영향으로, 내년 코스피가 2800선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등으로 현재의 저금리와 기업가치를 매길 때의 낮은 할인율이 유지되는 점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국가의 시장 개입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 정책적 변동성이 커지면 증시도 휘청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5일 자본연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회의실에서 ‘2021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세미나를 진행했다. 자본연은 내년 국내 GDP 성장률이 3.3%를 기록한다고 예상했다. 내년 코스피는 2700~2900포인트, 10년 만기물 기준 국채 금리는 1.5~1.9%, 원·달러 환율은 1050~1130원으로 전망했다.

미국 제약 회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예방효능이 90%라는 발표가 지난 11월 9일 나온 영향으로 10월 과 11월 미국 분기별 성장률 전망치 최빈값이 크게 달라졌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GDP -0.8%서 내년 3.3%로…美·中은 증가폭 더 커

우선 최근 연고점을 경신한 코스피가 내년에도 상승한단 이유로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세가 내년에도 진행된다는 게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연은 소비 및 수출 등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어 올해 전망 GDP는 -0.8%인 반면 내년엔 3.3%까지 오를 것으로 보았다. 같은 기간 미국 GDP는 -3.6%에서 4.3%로 중국은 2%에서 8%로 회복되는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내년 3800~4200으로 예측했다. 주요국의 재정정책이 유효하게 작동돼 GDP 상승과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국내 경기는 경제 대국 미국의 경제회복이 내수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회복 속도가 비교적 느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미국에선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되는데, 소비 중 여행과 공연 관람 등의 서비스 부문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국내 수출 경기와 무관한 이유로 회복세가 비교적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단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에 백신 개발이란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은 지난 10월보다 백신이 개발된 이후인 11월 예측치가 더 높았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백신 소식을 기점으로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확대된다는 판단이 나타난 셈이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에 비교적 덜 노출된 영향으로 백신 개발과 무관하게 회복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백신에 부작용이 있고 운반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2차 접종도 해야 하는 등 효과가 생각보다 없을 수 있단 비관론도 있지만, 자본연은 심리적 측면에서 효능은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강현주 연구위원은 “백신 비관론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완화돼 사회적 봉쇄는 더 줄어들 것이며 이에 선진국 소비는 크게 진작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강현주 연구위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자산 매입을 축소한다하더라도 유동성 공급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림은 연준의 미국 국채 매입 계획을 반영한 정부부채 대비 보유국채 비중 전망치.
코로나19 이전도 물가 2%↓인데 AIT까지…美 금리 24년말에나 상승

주가 상승 전망 근거의 또 다른 한 축은 저금리 유지와 유동성 공급을 펴는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이다. 경기 회복 구간에선 금리 상승은 필연적으로 따라오지만, 이번엔 코로나19란 특수한 상황 탓에 중앙은행과 정부가 이처럼 금리 상승을 억제해 상승폭이 작을 걸로 판단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을 공식화하고, 물가상승률이 2% 안팎에 도달하더라도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중요한 건 코로나19 이전에도 물가 상승률은 2%에 도달하지 못한 점이다. 2% 하회가 지속될 경우 연준은 AIT는커녕 물가를 올리기 위한 보충 전략을 쓸 가능성이 되레 큰 상황인 셈이다.

자본연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오는 2024년 12월에서야 올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현되더라도 연준이 시장에 상당한 유동성을 공급할 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부채 대비 연준의 보유 국채는 지난해 10% 초반에서 올해 20%대까지 오르고 이같은 추세는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엔 코로나19 이전에도 물가 인하 압력은 지속되고 있었다. 자본연은 한국은행의 최초금리 인상은 2022년 중반으로 내다봤으며, 그때까지 0.5% 현 수준을 유지할 걸로 예상했다.

백인석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 국면에서 금리 상승은 필연이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금리가 오르면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5년 GDP 잠재성장률 평균치가 최근 10년간 하락하는 등 코로나19와 관계없이 금리는 이에 연동해 낮아졌고, 기저효과가 큰 미국보다도 내년 경제성장률 폭이 작아 펀더멘털이 급격히 좋아지지 않는 이상 금리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위원은 국채 10년 만기물 기준 내년 금리는 1.5~1.9%로 전망했다. 미국은 0.8~1.5%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07년부터 국내 GDP 잠재성장률 5년 평균 및 이에 연동되는 10년물 기준 국채 금리는 추세적 하향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그래프.
저금리·유동성 확대의 단면…증시, 정책에 좌우될 염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회복과 저금리 및 유동성 공급이란 국가 정책까지 겹쳐 주식시장은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경제 상황)’ 국면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금리는 기업들의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낮춰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중요한 요인으로 설명된다. 설사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주가수익비율(PER)이 주요국 대비 낮은 코스피는 영향이 적다는 평가다. 아울러 지금은 경기가 회복되는 상승 구간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이익 증가치보다도 증시 전망은 더 후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가에 긍정적인 원·달러 환율 하락세도 국내 수출 증가 및 위안화와의 연동성이 높아져 내년 1050~1130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장근혁 연구위원은 “미국의 주식의 큰 부분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로 대변되는 기술주인데 PER가 상당히 높아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라며 “반면 코스피는 제조업 중심으로 PER 낮은 탓에 금리 인상이 되더라도 덜 취약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내년 국내 기업들의 절대적인 영업이익은 최고치를 찍고 내려왔던 2017년과 비슷해질 텐데, 코스피는 그때보다 더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요인 외에도 경기가 상승하는 구간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즉 시장에 기대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융시장에 금리와 유동성 공급 정책 등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기업 이익 등 경제적 상관성은 줄어드는 반면 정책의 입김에 시장이 좌우될 수 있단 우려다.

장 연구위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선자에 정권 인수를 하겠다는 발표로 뉴욕증시는 크게 상승했다”며 “반대의 경우엔 떨어졌을 것으로, 정책적 불확실성이 큰 한 사례다. 정부와 중앙은행 역할이 커질수록 위험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올해 1~3분기 S&P500 기업들의 현금흐름은 악화했지만, 금리 인하로 인한 할인율 하락이 지수 상승에 도움을 준 것을 나타내는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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