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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되면서 첫 삽을 뜨게 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사민정의 한축인 노동계가 이미 합의한 내용 외에 다른 조건을 들고 나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협약파기를 선언해 버렸다.
광주형 일자리는 어려운 광주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해법으로 추진됐다. 기업에서는 신규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계는 임금을 양보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생활 인프라를 제공하는 그야말로 상생 모델이다.
하지만 노사민정 각 주체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지난 2018년 12월에도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합의가 무산되기도 했다. 합의가 어려웠던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과 노동계간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어떤 좋은 조건을 내놔도 서로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절충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광주시(483억원, 21%)와 현대자동차(437억원, 19%), 광주은행(260억원, 11%) 등이 참여해 지난해 8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을 설립,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구미와 군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추진됐다.
GGM은 지난 8일 긴급 임시주총을 열고 사업 지속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주주들은 장시간 격론을 통해 노동계의 협약파기 선언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오는 29일까지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이행 및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사업진행 여부 등의 조치를 주총을 소집해 결정하기로 한다”고 의결했다. 노동계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노동계가 진정 이 사업의 성공을 바란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게 아니라 어찌됐던 대화를 해야 한다. 이제와서, 그것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 받기 충분하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광주 지역 경제와 청년 일자리 상황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복귀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렇게 무산시킬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