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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2년 남짓 만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다른 어느 국가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다 제대로 된 노후준비의 개념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노년을 맞은 탓에 노인 빈곤율조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는 노인들을 위한 의료와 돌봄, 연금 등 다방면에서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있고 특히 그 중에서도 의료비용 증가가 가파르다. 한편에서는 늘어나는 의료비용이 보험료 상승 등으로 이어지며 사회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2020~2025년이면 인구 전체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고령화에 따른 사회 비용 효율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건강보험은 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가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사회보험 중 하나다. 노인 인구 증가로 노인 의료비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노인 진료비는 지난 2018년 31조6000억원으로 30조원을 돌파했고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전국 평균 448만 9674원으로 65세 미만 1인당 연간 진료비의 4.3배에 달한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빼고 생각하더라도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료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내년 3.2%가 오르는 건강보험료도 3%대 증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의료비를 제공하는 의료급여도 고령화에 영향을 받아 그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노인 빈곤율이 높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의료급여는 7조6355억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고 이는 전년대비 9.5% 증가한 수치다. 의료급여 수급자수는 전년대비 0.1% 줄었음에도 이처럼 비용이 늘어난 것은 65세 이상 수급권자의 급여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8년에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생긴 장기요양보험은 지출이 무섭게 늘어나며 최근 3년 연속 보험료 인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8년 5700억원 규모였던 지출은 올해 8조2000억원까지 늘어났고 내년에는 9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장기요양보험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가사지원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앞으로 수요는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 확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고령화로 인한 사회 비용 증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지출 효율화와 노인 빈곤 해결, 노후소득 보장 등 다양한 해결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여유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소득이 부족한 것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노인 빈곤과 사회적 비용 지출이 낮은 나라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