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후보자는 9일 오전 후보자 지명 직후 서울 여의도 수은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 안정 속에서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초기부터 강한 제 색깔을 내기보다 최종구 현 금융위원장이 마무리 짓지 못한 금융혁신 과제를 매듭짓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우선 기업구조혁신펀드를 1조원에서 5조원까지 확대 운용하는 계획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문 정부가 추진하는 상시적 구조조정의 마중물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직접 5조원 규모로 늘릴 뜻을 피력했다. 채권은행 중심 구조조정에 머무르지 않고 자본시장 중심으로 선제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은 후보자가 지난해 1월 신년사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앞으로 자본시장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 또는 유관기관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적기에 충분한 대응을 통해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은 후보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대 과정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차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조성욱 서울대 교수와 손발을 맞춰나가리라 예상된다.
은 후보자는 해외 대체투자처 발굴에도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KIC 사장을 지내면서 금융투자업계와 폭넓게 교류해온 은 후보자는 한국을 벗어나 해외 수익원을 물색하도록 금융투자업계와 밀고 당기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은 후보자는 지난 2016년 5월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경영진과 만나 해외 인프라 투자 공동진출을 제안하면서 “해외 건설 사업이 규모의 대형화,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진화하면서 맞춤형 금융지원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은 후보자는 “2020년 운용자산 2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며 “장기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2020년까지 20%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리겠다”고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