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당선]'보호무역주의 끝장판'....미국 新고립주의 시대 열린다

  • 등록 2016-11-09 오후 5:09:59

    수정 2016-11-09 오후 5:09:59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설마 했던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기존 가치와는 다른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호소한 영향이 크다. 트럼프 공약대로라면 미국은 바야흐로 ‘신(新) 고립주의 시대’를 활짝 여는 셈이 된다.

기성 정치 불만에 흔들린 표심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확정됐을 당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주의’를 의미하는 ‘트럼피즘’(Trumpism)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은 미국 사회의 백인 보수층이었다. 스스로 미국 사회 주류라고 자부했던 이들 백인 보수층은 흑인 대통령 등장과 함께 히스패닉이 일자리를 장악하고 미국 경제 중심이 동부 월가와 서부 실리콘밸리로 이동하자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트럼프의 히스패닉을 향한 ‘막말’이 이들 마음을 움직였다. 미국 히스패닉 인구는 5300만명으로 전체 인구(약 3억명)의 17%에 달한다. 이에 따라 대선에서 히스패닉 지지를 얻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히스패닉을 자극하는 것은 미국 정치에서 금기시돼왔다. 반면 2008년 대선과 비교해 지난 2012년 대선 때 백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는 700만명이 줄어들었다.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민주당 득세에 미국 유권자들이 아예 정치와 담을 쌓아버린 것이다. 트럼프는 이들 백인 보수층에 주목하고 어차피 민주당을 지지할 히스패닉 눈치를 보느니 차라리 백인 유권자들을 결집하는 선거전략을 택했다. 트럼프 예견은 적중했고 소외당하던 백인 보수층이 투표장으로 나왔다. 부모가 쿠바 출신으로 쿠바계 이민자 출신을 강조했던 마르코 루비오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주(州))와 부인이 히스패닉임을 내세운 젭 부시 전(前)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경선에서 연전연패한 것은 백인 보수층 마음을 얻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대외정책에 대한 미국인 불만도 직접 건드렸다. 트럼프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 직후 “IS(이슬람국가)든 뭐든 미국을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오바마 정부의 나약한 대응은 오히려 IS를 키우고 미국을 얕보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또 시장을 장악한 저가 중국제품과 한국산 전자제품, 일본산 자동차 그리고 정보기술(IT)업계에서 다수를 차지한 인도계 등에 대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들먹이며 “중국이 미국인 일자리를 훔쳐갔다”고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보호무역주의 시대 활짝 열린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보호무역을 경제 정책의 기치로 잡았다. 보호무역은 정부가 외국과의 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민주당은 보호무역을 중시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러한 정책기조가 뒤바뀌었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권의 무역 협정을 조목조목 비판해왔던 만큼 이미 체결해놓은 여러 무역협정을 뒤엎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미국과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다시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해 이에 대한 변화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맺고 있는 무역협정 중 대표적인 것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캐나다 ·멕시코와 맺은 협정으로 품목별 관세 철폐 등 서로 간의 무역장벽을 허물고 자유로운 무역지대를 형성하자는 게 기본 골자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이 지금 겪고 있는 불황은 NAFTA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금까지 발효된 무역협정 중 최악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전면 수정도 불가피하다. TPP는 미국과 뉴질랜드, 일본, 페루 등 환태평양 지역 12개 나라, 전 세계 경제의 40%를 아우르는 거대한 자유무역협정으로 마지막 관문인 미국 의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당연히 각종 관세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멕시코 상품 수입 관세를 35%까지, 그리고 중국과 한국산 관세는 45%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경제에도 타격 불가피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미국에도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관세정책으로 무역 상대국들도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부메랑이 돼 미국의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민간분야에서 48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아이폰 등 소비재 부족을 유발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PIIE 연구보고서는 뉴욕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가 경제 성장을 통해 수백만 개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주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경제정책을 ‘위험한 돌팔이 처방’(dangerous quackery)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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