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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사법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인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기소 후 법정에 처음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검찰은 양 전 원장 주장을 모두 반박하며 구속유지를 촉구했다.
26일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이 진행한 보석 심문기일에서 양 전 원장은 “무소불위 검찰에 대해 내가 가진 무기는 호미자루 하나도 없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한 석방 필요성을 주장했다.
‘수인번호 1222’인 양 원장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4일 구속된 지 33일 만이다. 그는 흰 와이셔츠에 검은 양복처림으로 이날 오전 1시 25분쯤 호송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소송 개입을 위한 김앤장 측 변호사 접촉 혐의와 헌법재판소 비판 목적의 신문기사 대필지시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로 법원장 격려금 유용 혐의 등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형사문제가 될 게 없다는 법원 자체조사에도 검찰은 목표의식에 불타는 수십명의 검사를 동원해 우리 법원을 이잡듯 샅샅이 뒤져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여쪽의 공소장을 만들어 냈다”며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풀려나도 증거인물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이 사건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때 혹시 오해받을까 후배와 전화 연락을 안 했다”며 “그런 나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견강부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이와 함께 경기 성남의 자택이 현재 주거지이며 구속 이후 진료를 받은 적은 없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주거지가 일정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구속유지 사유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또 도주의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증거서류 검토 등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한 석방 요구도 반박했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증거기록을 직접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 없다”며 “실제로 기록 검토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보석 사유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실제로 수감자들이 증거기록 검토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보석을 허가한 전례는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구속을 예로 들며 “연령과 (일정한) 주거를 이유로 한 보석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적절한 시기에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25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