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시험 성공률, AI 머신러닝으로 예측한다

딜로이트컨설팅, 신약 가치평가 솔루션 디프리딕트 개발
R&D 우선순위 결정, 투자자 가치 평가 등 활용 기대
  • 등록 2018-05-02 오후 3:11:58

    수정 2018-05-02 오후 3:11:58

오봉근 딜로이트컨설팅 상무가 신약 가치평가 솔루션인 ‘디 프리딕트’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딜로이트컨설팅 제공)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 과정은 험난하다. 회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어느 프로젝트에 역점을 기울일지 고민해야 함은 물론 임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대나 예감만으로 베팅해야 하는 투자자 또한 불안이 상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국내 컨설팅 업체가 임상시험 성공을 예측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을 내놨다.

딜로이트컨설팅은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신약 가치평가 솔루션인 ‘디프리딕트(D. Predict)’를 개발해 특허 출원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디프리딕트는 구글의 ‘알파고’로 잘 알려진 AI 기술인 딥러닝을 포함한 복수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임상 시험 예측력을 높인 솔루션이다. 신약 개발 임상의 데이터와 각종 변수들을 입력하면 성공이나 실패, 또는 부분적 성공, 불확실 등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설계됐다. 실제 임상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예측함으로써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토록 한 것이다.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오봉근 상무는 “최근 제약·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의 투자 또한 늘어나는 등 임상 과정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임상에서 실제 승인까지 받는 신약 후보물질은 10개 중 한두대가 될까 말까인데 성공 가능성을 확실히 예측할 방법이 없어 막연한 가능성과 기대감이 시장 가치를 결정했다”고 개발 배경을 소개했다.

디프리딕트로 과거 임상을 마친 2000개의 데이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에서 임상 성공률을 약 73.6%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오 상무는 “머신러닝 한계가 알고리즘 의사 결정을 인간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14개의 변수를 적용하게 되는데 어떤 영향을 끼쳐서 성공 또는 실패를 예측했는지 사후에 밝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컨설팅이 이번 솔루션 개발을 통해 연구개발(R&D) 우선순위와 투자 결정, 임상시험 설계 측면에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여러 파이프라인 중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먼저 개발해야 하는데 어느 곳에 우선순위를 둬야할지 쉽지 않았다. 디프리딕트를 이용하면 선택과 집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임상 성공률이 저조하다면 변수를 조정하고 다시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추가 비용 지출 없이 임상 성공 가능성도 높이는 장점도 있다.

투자자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기업에 투자할 근거가 마련된다. 오 상무는 “제약사 가치의 합리적 평가를 원하는 증권사나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대기업 투자자들에게 합리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솔루션 본격 공개 전에 이미 딜로이트글로벌 투자도 유치했다”고 강조했다.

아직 실제 적용은 불확실하지만 앞으로 바이오기업의 회계감사에도 이용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최근 바이오기업들은 임상에 투입되는 개발비를 비용으로 볼지 자산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첨예한 관심사다. 해당 솔루션으로 판단한 성공 가능성이 신뢰도를 얻는다면 개발비의 자산 인식 기준인 미래 효익 평가 과정에도 도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상무는 “컨설팅과 회계 감사는 다른 영역으로 당장 도입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솔루션 개발이 몇 단계를 거치고 나서 기업과 회계사, 금융 당국의 신뢰도를 높인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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