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데일리가 9명의 프라이빗뱅커(PB)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구체화하고 취임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과 현금 위주로 굴리되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정책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자산을 꼼꼼히 분석해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주식이나 글로벌 하이일드채권, 물가연동국채, 원자재 등이 추천 자산으로 꼽혔다.
구체화하는 ‘뉴딜’ 정책…단계별 수혜자산 선점하기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시절 제시한 공약은 극단적이거나 모호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을 어떻게 구체화하는가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도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PB들은 공화당 내 트럼프의 입지가 공고하지 않고 극단적 공약은 반대에 부딪혀 실행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내각을 구성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다듬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당선 수락연설을 통해 트럼프가 제시한 정책은 보호무역주의, 대규모 감세, 적극적인 재정지출 등이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썼던 ‘뉴딜 정책의 재림’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직은 큰 틀만 제시됐지만 재정정책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이 높아지는 경로를 예상해볼 수 있다.
김효열 교보생명 광하문노블리에센터장은 “감세정책을 통한 소비촉진과 인프라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내년 미국 경제는 3% 이상 성장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투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테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인 미국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미국 저금리 기조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졌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통화기조는 경기친화적이어야 하고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정치개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을 제한할 것으로 점치는 시각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이나 현금
트럼프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던 데다 아직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PB들은 이 시기에 안전자산이나 현금을 보유할 것을 권했다.
조은철 미래에셋대우 청량리지점 PB팀장은 “불확실성 하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금, 국채, 달러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며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기업의 기본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차은주 삼성생명 WM사업부 수석 투자자문 역시 “불확실성이 정책 가시화로 사그라지기 전까지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며 “안전자산인 금, 일본 엔화, 미국 달러화가 단기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위한 좋은 투자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미국 대선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변동성을 피할 방법으로 제시됐다. 정미라 신한PWM 도곡센터 팀장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에나 이번 미국 대선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며 “선강퉁 이슈도 있는 만큼 중국 투자는 유효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美 주식·원자재·인프라
김기홍 한화생명 63FA센터장은 “상당한 재정규모 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미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미국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정책과 인프라 투자로 인해 미국 금리와 중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높은 만큼 물가연동국채(TIPS) 추천도 잇달았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르면 원금이 늘어나 이자도 늘어나는 구조다.
글로벌 하이일드채권과 신흥국 채권도 유망 자산으로 꼽혔다. 오인석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수석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글로벌 하이일드나 신흥국 채권 같은 고금리 채권은 한국 자산에 쏠린 국내 투자자들에게 분산투자할만 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해온 만큼 헬스케어 업종도 주목받고 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 당선 가능성에 미국 헬스케어 업종은 한동안 조정을 보였다.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PB팀장은 “바이오헬스케어 부문은 오바마케어 폐지와 약가 규제 정책 수혜, 밸류에이션 매력을 봤을 때 유망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