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독점비행 공정위 허용 1년 뒤에나 결론난다

국내·국외 노선별 세부 점유율 따져
기내식·정비업체 간 경쟁제한성도
예외사유 있지만 적용 간단치 않아
해외 경쟁당국 심의부터 시작될 듯
  • 등록 2020-11-17 오후 4:40:07

    수정 2020-11-17 오후 9:19:09

(사진=이데일리DB)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프로젝트다. 경제부총리, 산업자원통상부 장관, 고용노동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국무조정실장, 금융위 부우윈장,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감독원장, 산업은행회장, 수출입은행장이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결단을 낸 정책적 판단이다.

그러나 정부 결정을 정부가 뒤집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전체 운항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독점 기업의 출현을 공정거래위워회가 용납할 것이냐다. 두 회사의 합병 허용 여부는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등을 감안할 때 내년 하반기에나 최종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서가 들어오면 시장획정부터 시작한다. 기업결합사의 취급 상품 또는 서비스가 다른 경쟁사 또는 소비자에 미칠 시장을 분리하는 작업이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두 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42%이고, 자회사인 저가 항공사(LCC)까지 합치면 50%가 넘는다. 통상 기본적으로 결합사의 시장점유율의 합이 75%이상이고, 2위사업자와 점유율 차이가 결합사 점유율의 25%을 넘어서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공정위는 전체시장이 아닌 국내·국외 노선별로 세부적으로 점유율을 따질 수밖에 없다. 국외노선의 경우 직항라인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 등을 분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테면 인천-뉴욕, 인천-파리처럼 양대 국적사가 취항하는 공항을 중심으로 시장집중도를 산정한다. 워싱턴 D.C., 뉴욕, 파리, 런던, 다낭, 방콕 등 결합사의 점유율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경쟁제한성을 따지고 독과점이 지나치게 심할 경우 일부 노선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른 경쟁사업자의 경쟁이 치열하다면 일부 가격 인상 제한 등 조건을 부과하거나 별다른 조건을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양사 항공사가 보유한 기내식 자회사, 물류창고, 정비업체 문제도 경쟁제한성 여부를 함께 들여다 본다. 일부 매각 조건 등으로 경쟁제한성을 해결할 수 없다면 불허 명령을 내린다.

경쟁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M&A여도 공정위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효과보다 더 큰 M&A나, 피결합회사의 재무구조가 극히 취약해 M&A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경제적 관점 합병하는 것 더 유리한 경우에 해당한다.

산업은행은 양사 결합으로 노선 운영 합리화,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 통합 시너지 창출을 통해 수익성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절감 효과를 결합사가 독차지하고 소비자 가격인하로 나타나지 않으면 M&A로 인한 부가가치가 소비자가 아닌 결합사로 이전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효율성 항변 효과가 실제로 수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회생불가 사유 역시 공정위가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본잠식이 수년간 이뤄지고 있고, 매각 대상자를 찾지 못해 회사가 도산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 후생이 저해된다는 점이 명백히 입증돼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악화는 수년간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일시적 현상인 터라 회생불가 사유가 적용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에 공정위가 승인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같은 M&A심사는 한국 공정위뿐만 아니라 양사 항공기가 취항하는 각국 경쟁당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M&A처럼 각국의 경쟁당국이 우선 심의를 마친 이후 공정위가 내년 하반기께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단 심사가 들어오면 검토해야겠지만, 국내외 시장을 전반적으로 봐야하는 터라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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