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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29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출석해 이같이 항변했다. 이날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反)독점 청문회에 참석한 그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과 함께 “시장을 독점할 만큼 크지 않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시가총액만 약 5조달러(한화 약 6000조원)에 달하는 4개 기업 CEO가 동시에 증언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팀 쿡·마크 저커버그 “공정 경쟁 지지한다”
29일 청문회는 미 하원 법사위가 지난해 6월부터 IT 공룡들의 시장 지배력에 대해 벌여 온 조사의 일환이다. 법사위는 4개 업체가 독점적 시장점유율을 남용해 경쟁사들에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협력업체들에겐 기술·인력·정보 탈취, 가격 인하 압박, 마케팅·광고 비용 지출 강요 등을 일삼아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청문회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청문회에서 팀 쿡 애플 CEO는 “우리의 목표는 최고이지 최대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앱스토어 독점을 통한 과도한 수수료 수취와 관련해 “500개 앱으로 시작한 애플의 앱스토어엔 현재 170만개의 앱이 있고, 60개 앱만이 애플이 만든 것”이라며 “앱스토어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공정한 플랫폼이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앱을 수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 CEO는 중국 IT기업에 맞서 싸우는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임을 주지시켰다. 그는 “우리는 미국 경제의 근간인 민주주의, 경쟁, 언론자유 같은 가치를 신뢰한다. 중국이 다른 가치에 초점을 맞춘 자신들만의 인터넷을 만들려 하는 상황에서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 줄’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경쟁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아메리칸 드림’ 부각시킨 아마존
베이조스 CEO는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자신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26년 전 지구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아마존을 설립했다. 초기 투자자는 아버지였다”라고 운을 뗀 뒤 “1964년 어머니는 17세 나이로 나를 임신했고, 4살 때 쿠바 이민자 출신 양아버지에게 입양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강조했다.
베이조스 CEO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월마트와 코스트코, 타깃, 중국의 알리바바 등을 언급하며 “전자상거래는 무한 경쟁 시장으로 아마존은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이라고 했다. 아울러 “아마존은 현재 100만명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어떤 회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2700억달러를 투자했다”며 애국심과 헌신을 강조했다.
CNN은 “청문회가 열리기 전 뜨거웠던 관심과는 달리 다른 3명의 CEO에게 집중 포화가 이뤄지면서 베이조스 CEO에겐 발언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며 “심지어 그는 청문회 도중 간식을 먹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구글 , EU이어 美서도 집중난타
피차이 CEO는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준다며 독점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검색 서비스 알렉사 등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IT 기업뿐 아니라 월마트 등과도 온라인 쇼핑에서 경쟁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역대 최대 규모 反독점 조사…과징금·강제해체 우려
4명의 CEO들이 진땀을 빼며 적극 항변·해명했지만, 미 정치권의 부정적인 시각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반독점법은 매우 엄격해 위반시 막대한 과징금을 물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기업이 강제 분할될 수도 있다. 실제로 석유회사 스탠더드오일이나 통신사 AT&T 등 많은 독과점 기업들이 강제 분할된 선례도 있다.
시실린 위원장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이들 기업은 모두 독점기업임이 드러났다. 일부 기업은 분할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청문회를 앞두고 트위터를 통해 “만약 의회가 빅테크에게 공정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내가 행정명령을 내려서라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