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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소상공인 피해 등을 고려해 ‘굵고 짧게’가 아닌 ‘얇고 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는 사이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백신 수급은 꼬일 대로 꼬였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공급에 대해 호언장담을 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당장 모더나 백신 8월 공급분이 당초 예정됐던 850만회분에서 ‘반토막’ 이하로 급감하면서 50대 이하 백신접종계획이 모두 틀어진 상태다.
“유통기한 임박한 백신이라도 구해야”
전문가들은 일단 범정부차원은 물론 민간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원활한 백신도입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위탁 생산분을 국내에 우선 도입할 수 있도록 역량을 총동원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백신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모더나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다만 어느 정도 물량의 모더나 백신을 생산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연간 36만 4000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1위 위탁생산(CMO)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물량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도도 아스트라제네카 국내 생산분을 내수용으로 돌린 적이 있다”며 “우리도 모더나에 이같은 방침을 관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방법들은 모두 외교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공여 혹은 스와프(Swap)가 요구된다.
미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백신 제조사들이 필요한 원료와 제조 설비를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대 백신 생산국인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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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이삭줍기’ 식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쓰지 못하는 유통기한 임박 백신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유통기한이 2개월 이상 남은 코로나19 백신 잔여 회분을 회수하고 있다. 물량은 230만회분에 달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폴란드에서는 7만 3000여회분, 독일에서는 6만회분, 프랑스에선 5만회분 이상의 백신이 폐기됐다. 정부가 이스라엘로부터 화이자 70만회분을 스와프 형식으로 받았듯이 외교력을 총동원해 추가 백신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한다는 의미다.
근본적으로는 국민 불신 해결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거 없는 희망보다는 현실을 투명하게 전달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먼저 정부가 이 지경에 이른 상황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국민들의 추가적인 희생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