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순탄치 못했던 합의 과정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유로존 국가들의 빚 부담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재정위기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비판이다.
伊·스페인 최대수혜…내년 경제회복 기대↑
EU 정상들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닷새 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갚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 3900억유로, 상환해야 하는 저금리 대출 3600억유로로 구성된 경제회복기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코로나19 타격이 큰 국가들이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도 EU 재정기여금의 일부를 돌려받는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이번 기금 합의에 따른 최대 수혜국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들고 있다. 이번 합의 타결에는 “남유럽 국가들이 파산하면 결국 유럽 전체가 파산한다”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설득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유로존 붕괴보다는 합의가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원을 받는 국가는 EU에 노동 및 연금 제도와 같은 민감한 부분의 자체 개혁안을 제출하고, 기금 지출 내역 및 방식과 관련해 다른 회원국들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BBC는 지원을 받는 국가들에 대한 개혁 요구가 해당 국가의 포퓰리즘 정책을 제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고, FT는 블록 단위의 재정정책에 대한 긴밀한 조정이 가능한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유로존 GDP 성장률이 전년대비 8.7% 뒷걸음질 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내년에는 유럽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탈리아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마이너스(-)11.2%에서 내년 6.1%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최대 수혜국 스페인도 -10.9%에서 7.1%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외에도 프랑스(-10.6%→7.6%), 그리스(-9%→6%), 독일(-6.3%→2.8%), 네덜란드(-6.8%→4.6%), 폴란드(-4.6%→4.3%) 등으로 예상됐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EU의 전체 회복 기금의 28%인 2090억유로(보조금 810억유로·대출금 1270억유로)가 이탈리아에 할당될 예정이라며 “이탈리아가 힘을 내 다시 시작할 기회가 생겼다. 우리 정부는 국가의 얼굴을 바꾸겠다”고 자축했다.
伊 “결국은 빚”·네덜란드 “또 ATM”…내부 비판 봇물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누구에게도 공짜는 없다. 이탈리아가 받은 건 모두 빚더미”라며 비판했다. 그는 보조금보다 대출금이 더 많다는 점, 그리고 보조금을 30년 상환 조건으로 EU 채권 발행으로 충당하는 만큼 대출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EU 차원의 지원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합의 후 “가끔 우리는 충돌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다룰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프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국에서는 입장을 선회한데 대한 해명과 비판이 빗발치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네덜란드 우익 포퓰리즘 정당 FvD의 더크 얀 에핑크는 “한 번 더 우리가 EU의 자동인출기(ATM)이 된 것 같다”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