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7일 가격 추이. 사진=월드코인인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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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차예지 기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한국은행이 30일 6년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25→1.50%) 올렸다. 공교롭게 같은 날 비트코인 가격이 최대 20% 가까이 내렸다. 일각에선 전반적인 금리 인상으로 비트코인에 몰렸던 투기 성향 자본이 높아진 금리를 찾아 기성 금융권으로 되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은 실제로 시중의 거품(버블)을 걷어내는 역할도 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한다. 위험 자산 성격의 국내 주식 시장도 이날 코스피·코스닥지수 모두 1% 이상 하락했다. 미국 IT주 급락 여파가 주 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론 금리인상 부담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1~2일 새 1비트코인당 1만달러를 넘어 1만1000달러도 돌파한 비트코인도 간밤부터 이날 오전 최저 9009달러까지 급락했다.
금융·증권업계는 기준금리 인상과 비트코인 하락의 상관관계는 없거나 있더라도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현 거래 형태가 투기 성향을 띠고 있고 투기 자금은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왔다는 것이다.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투기 자금은 보통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대세가 되면서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나스닥도 선물 거래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온전한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현재의 거품은 빠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비터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29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에서 매수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투기적 자산”이라며 “비트코인에 계속 변동성을 보이겠지만 다른 시장에는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뉴저지 주 럿거스대 연설에서 “화폐로서 필수 요소인 ‘가치 안정성’이 없는 만큼 투기활동에 가깝다”고 밝혔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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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일 비트코인의 급등락은 중앙은행의 정책과는 별개로 개인 투자자의 관심 증가와 거래소의 불안정성이 꼽힌다. 주요 비트코인 거래소의 중단·지연이 대규모 매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치는 2017년 한 해 10배 가까이 올랐으나 이 과정에서 세 차례 25% 이상 급락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표적 코인 거래소 GDAX 등의 거래가 중단이나 지연되면서 매도세가 대거 나온 게 급락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블록체인 기반 리서치회사 ‘트라이브’의 데이비드 몬드루스 최고경영자(CEO)는 “단기간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차익 실현 매도가 몰렸고 이때 거래가 중단·지연되면서 가격이 더 낮아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비트코인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의 경고는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앞선 28일 국무회의에서 “가상통화가 투기화하고 있다”며 “이대로면 심각한 왜곡·병리현상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관계부처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때”라고 말했다. 하루 뒤엔 최중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통화 수익의 원천은 다른 투자자가 나보다 더 비싸게 사주기를 바라는 투기적 원칙뿐”이라며 “여기에 정부가 공신력을 부여하고 금융업으로 공식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큰 폭으로 오르내리며 사람에게 흥분을 안기는 버블”이라며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이 하나도 없으므로 불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비트코인 모형 주화.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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