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정시 확대 논란…"대입정책 손바닥 뒤집듯 뒤집나" 비판

서울대·고려대·중앙대·경희대·이대에 "정시 급격한 축소 우려" 전달
"대입 방향 의견 수렴없어…3년 예고제는 왜 있나" 학생 불안 고조
수시 확대기조에서 정시 확대로?…시기·절차 부적절 지적 나와
  • 등록 2018-04-02 오후 5:23:28

    수정 2018-04-02 오후 5:23:28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는 학생들 모습.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교육부가 적절한 소통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입 개편을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한 상황에서 몇몇 대학에 개별적으로 정시 확대를 요청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수시 확대하다 이젠 다시 정시 확대로

발단은 지난 30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주요 대학 총장들과 정시 확대 방침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박 차관은 주요 사립대 총장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하는 방식으로 정시 모집 확대로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부의 입장을 전달받은 서울대·고려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 등 5개 대학을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간 교육부는 한 번의 시험인 대학능력수학시험(수능)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전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위주로 한 수시모집을 유도해왔다. 수시모집 인원은 2006년 48.3%에서 △2007학년도 51.5% △2010학년도 57.9% △2013학년도 64.4%로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 76.2%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수시 모집에서도 학종으로 뽑는 인원은 서울 주요 대학에서 높게 나타난다. 2018학년도 서울 15개 대학 수시모집에서 학종 선발 인원은 2만903명으로 수시모집 선발인원 전체(4만8243명)의 43.3%에 해당한다. 이들 대학은 학종 비율은 늘리면서도 학생부교과(내신)전형은 최소화로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는 수시 모집 정원 3363명 중에서 2660명(79%)을 학종으로 학생을 선발했고 학생부 교과(내신)전형으로는 학생을 1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이들 대학은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수시를 늘리고 정시를 줄이는 방식으로 모집인원을 조정해왔다. 모 대학 입학처장은 “어떤 정부 아래에서는 학종이 진리인 것처럼 대학을 몰아붙였고, 학종에 대한 부작용이 나오니 이젠 또다시 정시를 확대하라고 했다”며 “정부에서 몇 사람이 주도해 학종파와 수능파가 나눠서 싸우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권이 바뀌었다고 대입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도 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연세대는 정시 모집인원을 늘리겠다는 2020학년도 입시 계획안을 발표했다. 연세대는 현재 고교 2학년에 적용하는 2020학년도 대학 입학전형부터 정시모집 인원과 학종 인원을 각각 전체 모집 정원의 3분의 1가량으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수시전형에 적용하던 수능 최저학력기준 역시 전면 폐지한다. 결론적으로 2020학년도 모집 인원은 2019학년도에 비해 특기자전형(805명→599명)과 논술전형(643명→607명)을 축소하는 대신 정시(1011명→1136명)와 학생부종합전형(971명→1091명)을 확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의 정시모집 비율이 1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간 대입정책포럼에서 정시 확대에 대한 의견이 꾸준히 제시된 부분을 종합해 급격하게 줄어든 정시모집 선발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생·학부모 불안 고조…“3년 예고제는 왜 있나” 분통

오는 8월 국가교육회의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음에도 밀실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교육부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편은 국가교육회의에서, 학생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은 정책숙려제를 통해 적절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차관이 나서 대학들을 만난 것은 절차와 시점상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큰 틀에서 각 입시 전형의 내실화를 기해 안정성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학종이 비판받자 이를 줄이라고 강요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교육부가 2020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늘리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이 이미 나와 있다”며 “교육부 차관이 일부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서 이와 배치되는 정시 확대 전형을 유도한 것이라면 방식이나 절차 등이 부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전 입학처장은 “그럴 거면 ‘대학입학전형 3년 예고제’는 왜 있는 것이냐”며 “갑자기 입학전형이 바뀌면 분명히 부작용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래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앞두고 여론에 귀 기울이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급격한 대입 제도 개편으로 손해 보는 것은 결국 학생이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백 모씨(51)는 “학종에 맞춰 대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시를 확대한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학교 선생님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며 대입 제도를 두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일부 학부모들이 정시 확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낸다고 해서 이들이 학부모 전체 입장을 대변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여론 수렴 과정이나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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