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사들인 해외부동산을 기관투자자 등에 제때 재매각(Sell down)을 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투입해 총액인수(자기명의로 매입하는 것)한 해외 부동산을 6개월 이상을 넘겨 셀다운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을 자기자본과 자기명의로 매입하는 이유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인수한 영국 ‘아마존 물류센터’는 800억원이 미매각 물량으로 남아 있으며 하나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HMC투자증권 등이 공동으로 전문 사모형 부동산펀드(하나자산운용)를 통해 인수한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Nordisk) 미국 본사 사옥’(총 인수가 약 1700억원)도 700억원이 잔여 물량으로 남아 있다.
일부 증권사는 계열 관계사와 퇴직연금 등으로 인수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장기투자 차원에서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이 인수한 독일 ‘도이치텔레콤 빌딩’에 일부 투자했다. 479억원 규모로 호주 ‘시드니 적십자 빌딩’에 투자한 NH투자증권은 379억원을 매각한 후 세제혜택을 통한 수익율 제고 차원에서 100억원을 보유중이다. NH투자증권은 현재 호주 국세청으로부터 퇴직연금에 대한 적격투자자(MIT) 기준에 대한 회신을 기다리고 있으며 통과시 퇴직연금 수 곳이 투자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셀다운 적체 물량이 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부동산 공모펀드 시장을 공략하는 증권사도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해외 공모펀드를 본격적으로 출시 중인 증권사들은 대부분의 물량을 부동산 공모펀드로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셀다운 물량이 쏟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부동산 공모 시장의 지나친 쏠림도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