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위원회·본부 분리…실패한 전철 밟지 않을까

코스닥위원장 외부전문가 선출
민간으로 구성된 코스닥위원회 권한 대폭 강화
"상장문턱 낮추기…투자자보호 장치 소홀해선 안돼"
  • 등록 2018-01-09 오후 4:32:49

    수정 2018-01-09 오후 6:56:02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방안의 일환으로 코스닥시장위원장, 코스닥시장본부장 ‘이원화’를 추진한다. 현재 코스닥본부장이 겸임하고 있는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을 외부전문가로 분리 선출하고, 코스닥위원회를 민간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상장심사 및 상장폐지심사 업무를 코스닥위원회가 심의·의결하도록 함으로써 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인사가 주축이 된 코스닥위원회에서 상장 등 주요 업무를 심의·의결하고 코스닥본부가 이를 집행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카페24 등 코스닥 예비 상장기업 6곳, IBK투자증권 등 중기특화증권사 대표 2곳과 현장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코스닥 시장의 자율성 및 독립성 강화가 목적이지만 결국 상장 문턱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투자자 보호에 대한 고민 부족과 코스닥본부 직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절하된 결과물이란 비난이 나오고 있다.

우선 코스닥위원장으로 벤처 1세대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 경우 이해 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무분별한 기업 상장으로 거래소의 기본 역할인 투자자 보호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나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그들의 요구는 항상 상장 문턱을 낮춰달라는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그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기치로 신임 위원장이 오는 상황인 만큼 업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고 이 경우 과거 버블 시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1996년 7월 코스닥 시장이 출범한 이후 상장된 기업은 총 1978개사로 이 중 718개사가 상장폐지됐다. 718개사 중 567개사는 지난 1996~2003년 사이 상장된 기업이다. 이 시기는 IT버블을 타고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상장됐던 시기다. 코스닥시장본부에서 버블 붕괴 이후 이익요건 신설, 규모요건 상향 등 상장기준을 대폭 강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 기업에 대해 기회를 주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상장과 기업심사를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몇 년 후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가 속출하고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원화에 따른 조직 내 갈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원화할 경우 코스닥위원장은 상장 부문을, 코스닥본부장은 인사와 예산 집행 등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이원화가 4년 전에도 시행했다가 6개월만에 접은 정책이라는 점이다. 2013년 10월 거래소는 코스닥위원회를 별도 독립기구로 전환해 위원장으로 박상조 전 거래소 코스닥본부장을 선출했다. 코스닥본부는 최홍식 코스닥본부장이 맡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보고 체계가 둘로 나뉘면서 업무 혼선이 발생하고 시장 운영의 효율성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한 관계자는 “이번에 추진하는 이원화는 과거와 차별화돼 있다”며 “심의·의결 기능과 집행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업무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소 또 다른 관계자는 “코스닥본부 직원들이 전문가인데 위원회의 심의·의결 사안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업무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며 “직원들이 ‘아니다’고 했을 때 그것이 수용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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