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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며 “북한의 핵 도발 포기와 비핵화를 위해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 역시 이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요구한 것은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에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을 재차 압박했다.
미국은 지난 9월 안보리 결의안 2375호에 원유 전면 금수 등 강경 조치를 포함하려 했지만 당시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넣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75일 만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만큼 이번엔 원유까지 틀어막아 대북 압박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기색이다. 우하이타오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중국은 유엔 결의안들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면서 “대북 제재결의가 적절한 수준의 인도주의적 활동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원유 금수 요구에 직접적으로 답변을 한 것은 아니지만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가 북한 주민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거절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어 그는 중국의 대북 정책인 쌍중단(한국과 미국의 연합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함께 중단하는 것)을 강조하며 “우리는 이 방법이 대답과 지원을 이끌어내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정례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가 여러 차례 대북 결의를 통과시켜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며 “중국은 안보리에서 통과된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집행하는 등 우리가 해야할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핵 문제는 최종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방식으로만 적절히 해결할 수 있다”며 “무력 사용과 군사 옵션은 효과적인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앞서 중국은 이미 제재 강도를 높여왔다. 지난 20일 국영기업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은 베이징~평양 구간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경영상의 이유로 노선을 폐쇄했으며 중국 정부 역시 개별 기업의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베이징 외교통들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중국은 지난 28일 랴오닝·지린성을 제외한 지역의 북한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며 대북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게다가 이번 미사일 도발은 중국이 시진핑 2기 체제 출범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 개막 직전 이뤄진 것이라 중국으로선 더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은 과거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한 경험도 있다. 지난 200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자 중국은 대북 송유관 설비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72시간 동안 원유 공급을 중단했고 북한은 6자회담 대화 테이블로 복귀했다. 이 조치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졌고 중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2003년처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원유 공급을 중단해 미국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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