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평창 롱패딩 열풍이 씁쓸한 이유

  • 등록 2017-11-22 오후 7:35:58

    수정 2017-11-22 오후 7:35:58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매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판매가 재개된 ‘평창 롱패딩’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하루 전날 저녁부터 14시간 가까이 노숙을 하며 대기한 사람도 있었다. 매장 문이 열리고 나서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대기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백화점 직원의 멱살을 잡고 항의하는 등 소동도 있었다.

그야말로 대란이다. 잔여 물량이 입고될 때마다 삽시간에 팔려나가기 일쑤다. 중고물품 사이트에선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한다.

평창 롱패딩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합리적인 가격이 첫손에 꼽힌다. 유사한 품질의 구스 롱다운 점퍼보다 가격이 50% 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 기획 상품으로 한정수량 생산된다는 점도 제품의 가치를 더했다.

혹자는 패딩 한 장을 얻기 위해 노숙까지 하는 이색적인 풍경에 “가격이 절반만 싸도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데···”라며 탄식했다.

지난 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가 역대 최고 거래액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하루 만에 무려 28조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오는 24일에는 미국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또는 스마트폰을 쥐고 분주하게 손을 움직일 게 뻔하다.

정부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외치며 올해로 세 번째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기획해 진행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물건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이야기도,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소비자는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이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미국이 그랬듯, 미국을 따라한 중국이 그랬듯 우리도 할 수 있다. 평창 롱패딩 열풍의 이유를 우리 기업들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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