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대기업의 이른바 ‘갑질’ 행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와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이 탈취한 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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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5년간 총 97건의 기술유용행위 사건을 처리으나 그 중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조치가 내려진 사건은 단 9건, 9.2%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거나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고 하도급거래가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절차를 종료(33건)하거나 심사를 시작하지 않은 건(39건)이 총 72건으로 74%에 달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중소기업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는 지난 2015년 설치 이후 총 122건의 조정을 접수해 109건을 종료하고 13건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김 의원은 “중기부가 종료한 109건 중 조정이 불성립(36건)하거나 소송제기, 자료부족 등으로 조정할 수 없어 중단한 사건(48건)이 총 84건으로 무려 7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 등 매우 어려운 분쟁절차를 감당해 낼 시간과 비용이 부족한 게 중소기업의 현실”이라며 “피해기업에 대한 입증책임 완화, 자료제출명령제도 도입, 공정위의 기술유용행위 사건처리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법,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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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피해 유형은 연구과제 개발 계획, 연구과제 결과 데이터, 설계도면, 생산 중인 제품, 최종 연구결과 등이었으며 주로 복사·절취, 이메일·휴대용장치 합작사업·공동연구 등의 경로를 통해 기술유출 피해가 발생했다.
이장섭 의원은 “고용부에서 지난 연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기술탈취를 막는 것만으로도 16만3000명에 이르는 중소기업 고용 창출 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핵심이 담긴 상생협력법을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단가 후려치기를 제보한 업레가 오히려 피해를 보면서 부도위기에 처하는 등 대기업 갑질이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제보해 408억원의 과징금을 끌어내고도 정작 제보한 납품업체는 부도 위기에 놓인 사연을 언급하며 갑질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대한 중기부의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육가공업체인 S 기업은 2012년부터 롯데마트에 삼겹살 등을 납품해 왔으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판촉비용 전가, 인건비 전가 등으로 4년간 100억원의 손실을 입어 2015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뒤 지난해 11월 롯데마트에 대한 과징금 408억원을 이끌어 낸 공익신고기업이다.
지금까지 이 업체가 받은 손해배상액은 전무하다. 현재로선 롯데마트의 과징금 부과를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8일로 예정됐던 첫 기일은 연기한 상태다. 롯데마트가 지난 2월 공정위를 상대로 취소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이 재판 결과가 나온 뒤에야 비로소 손해배상 소송 기일이 정해질 전망이다.
이 의원은 “대기업과 싸우느라 피해기업은 부도 위기에 처해 있는데 갑질 피해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전무하다”며 “공정위에서 갑질기업에 대한 과징금 결정을 했다면 갑질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기금 마련, 특례지원, 장기저리 대출 등의 정책은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는 중기부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호정 “삼성이 중기기술 탈취”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이날 국감에서 삼성이 스마트폰 액정에 기포 없이 필름을 붙일 수 있는 중소기업 특허기술을 탈취해 타 협력업체에 건내 주고 낮은 단가로 납품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류 의원은 “발명권자인 모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완료한 지난 2018년 8월 삼성전자로부터 장치 도면을 수시로 요구받았다”며 “온갖 이유를 붙여 기술을 타 하청업체에 무상으로 이원화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자 지난해 초부터 기술을 빼돌린 의혹이 있고 이 때문에 1년이 넘도록 삼성전자에 영업비밀 보호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