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DDA' 조현아·현민, 직원 동원해 9년간 밀수 폭로

“명품가방, 초콜릿, 과자, 스포츠용품 등 물품 다양”
"온라인 쇼핑 통해 해외 지점서 구입 후 국내 밀반입"
구입 목록 지우라는 본사 관계자 지시도 받아
대한항공 측 "증거인멸 지시한 적 없다" 부인
  • 등록 2018-05-03 오후 4:51:39

    수정 2018-05-03 오후 5:59:32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 여객마케팅 전무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대한항공 해외지점 전·현직 직원들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인 조현아·현민 자매의 해외 물품 밀반입을 9년동안 직접 도왔다고 폭로했다. 조씨 자매가 회사 자산인 비행기와 직원들을 개인 물품을 밀수하는 데 동원한 것이다.

3일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들에 따르면 조씨 자매는 2009년부터 지난달 초까지 아무런 허가와 검사 없이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들을 국내로 들여왔다.

해외지점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조씨 자매가 온라인 쇼핑을 통해 명품 가방부터 유명 스포츠 의류, 초콜렛과 과자 등 생필품까지 주문했다”며 “일주일에 평균 두 번씩 큰 것과 중간 크기 여행용 가방 2개를 이용해 물품을 운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빈 가방에 해외지점 관계자가 물품을 채워서 가져오면 그 가방을 가지고 여객기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며 “여객기에 전달한 뒤 빈 가방은 다시 해외 지점 관계자에 돌려줬다”고 전했다,

A씨는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전에는 주문한 물건들을 조씨 자매를 의미하는 코드명 ‘DDA(조현아)’ 등이 가방으로 운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가방 명의자가 대한항공 직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DD’ 코드는 직위에 따른 코드로 부사장급 이상에게 주어진다. A는 조현‘아’ 씨를 의미한다.

현직 직원이라 밝힌 B씨는 가방을 전달받은 날짜를 기재한 문서를 증거로 공개했다. 해당 문서엔 △2/5 월요일 △2/13 화요일 △2/22 목요일 △3/1 목요일 △3/5 화요일 △4/5 목요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빈 러기지(Luggae·가방)’라고 적혀있다. B씨는 가방을 여객기에 전달할 때 가방에 담긴 물품들이 엑스레이 통관 없이 밀반입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과 불법행위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자 대한항공 본사 파견 관리자로부터 조씨 자매의 구매내역을 모두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B씨는 “본사에서 파견 온 차장급 매니저가 조씨 자매가 물품을 구입한 정보가 담긴 이메일 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다만 본사에서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해당 지점과 담당자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다음은 녹취록 전문이다.

녹취파일 첫번째(대한항공 직원 간 대화)

-형은 지점장한테 받은거야 지시를? 증거인멸 하라고?

△우리가 KKI(대한항공 본사서 파견 온 운항 총괄 매니저)에 0차장님이라고 다 지워버렸어

-증거인멸 함부로 해도 돼?

△증거인멸은 우리가 보내고 이렇게 문답받은거.

-000? 부장이 시킨게 아니고? KKI가 시킨거야?

△응

-조현아 이런 내용이죠? 조현민 물건 내역

△그렇지 ...에도 누군가가 담당자가 있을 것이라고. 인천에서. 인천 담당자한테 간 메일이 있어요. 그거 다 지워버리라고

-담당자 누군지 알겠다. 000인가 여자 아니에요?

△맞아 000하고 000 라고 있거든. 2년 전에는 000 부장이라고 있어. 그 사람한테 간 메일하고. 내가 간단히 보여줄께.

녹취파일 두번째(대한항공 직원간 대화)

A: SM에서는 지점장이 직접 전달했죠. 저는 외국 특정도시에서 물건을 픽업해서 외국 특정 공항까지 가져와서 공항에다 전달해준 사람이죠. 세 명이 있는데요, 그 이름들이 뭐였지, 내용이 다 지워졌네. 000, 인천공항 000, 000 부장님 그렇게 세 사람한테로 갔고요.

B: 이메일 지시 받은 건 그런 방송 나오기 전에 미리 다 증거는 임의로 지운 상태에요. 그때 이미 나왔을 때는. 그렇게 증거 인멸을 함부로 하면 되나요. 그러면 녹취가 있는데 틀어드릴까요. 제 전화로 했거든요. (텔레그램 파일로 보내줄 수 있나) 1번 파일 재생…

KK 매니저 4명 밖에 없는데 그게 1명이고. 형 이거 지워도 되는 거에요? 이거 증거인멸인데. 어 000이 시켰어. 빨리 얼른 지워 난 벌써 지웠어. 이런 내용이에요. 2월부터는 이민 가방으로 바꿨어요. 우리가 이민 가방을 갖다주면 거기서 채워서. 000씨 이름으로 채워서 다시 갖다줘요. 날짜별로 언제 빈가방 주고. 담당 직원이 뻔하고 이 친구 그만뒀으니까 하는 거고. (2명 다 관뒀음) 녹음기 같이 들어보시죠. 안들리면 보내드릴게요.

<녹취파일 틀어주지만 잘 안들림>

B: 이민 가방 최근에 나간 거 날짜별로 쫙 있는데 사진 찍어 보내드릴까요? 이것도 난리치는 것 간신히 가지고 왔어요. 날짜만 보내드릴게요. 2, 3, 4월 빈가방 받은 날짜. 9년 동안 직접한 직원 2명 밖에 없었어요.

A: 밀수가 어떻게 이뤄지느냐면 조현아랑 조현민이 SM에서 온라인 쇼핑을 해요. 그럼 그 물품을 거기 . 이게 최근에 세관에서 하도 뭐라고 해서 변경된 내용이에요. 두 달 전에. 주문한 건 조현아 조현민이에요. 받는 사람은 000이겠죠. 조현아 사태 나고 나서 변경된 거에요. 그 땅콩회항. 그 전에는 정확하게 조현아 명의로 갔어요. 그렇게 해서 운반책이 주문이 들어오면.

B: 아이템은 말도 안되는 거. 어떨 때는 과자도 있고, 어떨 때는 초콜릿도 있고. 뭐 말도 안되는 걸 주문을 해요. 박스 겉에 보면 브랜드가 보이니까. 아무런 검사 없이. 허가없이. 엄청난 불법이죠. 밀수죠 밀수. 그걸 9년 동안 제가 했었어요. 일주일에 평균 2번, 두 번씩. 러기지 큰 거 하나, 중간 사이즈 하나.

이민 가방을 전달받은 날짜를 기록한 증거 문서. (사진=대한항공 전직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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