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방점을 소비자보호 강화에 두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임원 전원 물갈이…내주 발표
최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는 끊임없이 시장에 푸시(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소비자보호는 건전성 감독보다 훨씬 고급 인력이 필요하고 손이 많이 간다”며 “(소비자보호와 건전성 감독으로) 나누면 금융회사들은 (검사 부담에) 힘들어할 것”이라고 반대 뜻을 거듭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이날 인사검증이 끝난 수석부원장과 부원장 등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고 부원장보 인사 검증도 마무리 단계”라며 “다음 주쯤 정식 인사발령을 내고 금감원이 정상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처음으로 현직 임원 전원을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내달 말쯤 외부 용역을 의뢰한 조직개편안을 반영해 연내에는 감독기능과 목적에 맞는 감독체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현재 인사조직문화혁신, 검사 감독 제재 프로세스 혁신, 금융소비자 보호 권익 제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최 원장은 임원 인사에 대해 “거의 다 내 의견이 반영됐다”며 청와대나 정치권 등 외부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카드론 금리 인하·은행 고배당 자제
최 원장은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받는 카드론 금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조달금리는 2%인데 카드론 금리는 14%”라며 “10%포인트 넘는 갭(격차)이 있는데 이게 제대로 된 건지 체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변수에 개입하겠다는 게 아니라, 가격을 결정할 때 콘트롤하는 시스템이 잘 됐는지 따져보는 것”이라며 “가산금리, 마진, 경영관리비용 등을 고려해 (금리가) 얼마로 나오는지 따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손 가입자가 고령이 되면 별도의 청약이나 인수 심사 없이 노후실손으로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키로 했다.
초대형 IB(투자은행)의 여·수신 업무는 은행권 반발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 원장은 “증권사도 투자업무를 많이 하기 위해서는 CP(기업어음) 발행과 수신행위를 통해 일부 대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자산운용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은행권에 고배당 자제도 요청했다. 최 원장은 “영업실적이 개선된 은행의 자본확충을 유도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최 원장은 “은행들이 가계·담보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 관행에 치우쳐 은행 본연의 자금 중개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중·저신용자와 같은 취약계층 금융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금융권 특혜 채용 의혹과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어수선한 금융권에 내부 통제 강화도 주문했다. 최 원장은 “연말·연초 최고경영자(CEO) 교체기에 금융사고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내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사고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나 금융소비자 피해 등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