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지난해 8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법인세는 36억원을 납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미국 본사로 대부분의 금액을 송금하면서 영업이익률이 1%대로 낮아졌기 때문인데,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넷플릭스가 일부러 영업이익 규모를 축소해왔다는 지적이 일었다. 방송업계에서는 “넷플릭스는 흑백 요리사의 흥행으로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며 “언제까지 국내 방송통신 인프라 무임승차를 두고볼 것인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흑백요리사, 총 18개국 톱10 올라…국내 일일이용자수 300만명 회복
넷플릭스가 지난달 17일 처음 선보인 흑백요리사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개 직후부터 한국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1위를 포함해 총 18개국에서 톱10에 올랐다. 특히 넷플릭스 코리아 예능으로서는 처음으로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권) 부문 1위를 3주째 지키고 있다.
10일 앱 통계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 1월 1401만2131명을 기록한 이후 흥행 콘텐츠 부재로 이용자 수가 꾸준히 감소해 지난 몇 달간 1120만명 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흑백요리사가 화제몰이를 시작한 지난달 MAU는 전달 대비 4% 증가한 1166만7082명을 기록했다. 특히 흑백요리사 화제성이 극대화된 10월 1일에는 일간활성이용자수(DAU)가 322만8868명을 찍어,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300만명 대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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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둘러싼 질책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넷플릭스코리아가 본사로 보내는 매출원가비율이 2019년 70%에서 2022년에는 무려 87%까지 치솟았다”며 “영업이익 규모를 축소하고 세금을 회피하려는 의도 아니겠냐”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조인철 의원도 “넷플릭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1.5%로 4년간 단 0.3%포인트(p) 늘어난 반면, 넷플릭스 본사의 영업이익은 13%에서 21%로 뛰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2021년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780억 원을 추징받았다. 넷플릭스는 추징금을 납부했지만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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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업체들에게도 방발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방발금은 방송통신 산업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운용되는 공적 재원이다. 지상파, 종합편성 채널, 보도전문채널, 유료방송 사업자, 홈쇼핑 사업자 등 방송 및 통신사업자들은 모두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망에서 유발한 트래픽은 전체 6.9%로 유튜브(30.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조인철 의원은 지난 7월 OTT를 방발기금 징수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OTT 사업자들도 전년도 매출액의 1% 이내에서 방발금을 징수하는 게 골자다. OTT도 방발금의 직·간접적인 수혜자이지만 현행법상 징수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다른 사업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법안 발의 배경이다.
캐나다에서는 글로벌 OTT 사업자들에게 방송발전기금을 부과하고 있다. 캐나다 방송통신규제기관(CRTC)은 지난 6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OTT 사업자들도 캐나다 방송발전기금을 납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9월 1일부터 매출 2500만 달러 이상인 OTT 서비스들은 캐나다 수익의 5%를 지역 콘텐츠 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다만 OTT 사업자 전체에 방발기금을 부과하도록 할 경우 티빙과 웨이브, 왓챠 등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토종 OTT들은 콘텐츠 투자 여력이 줄어 오히려 넷플릭스 독점 구조가 강화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종 OTT 업체들은 흑자전환이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티빙은 14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영업손실 1192억 원에 비해 적자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웨이브와 왓챠도 각각 791억원, 221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달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개최한 방발금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박종환 티빙 대외협력국장은 “치열한 경쟁구조 안에서 수익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4년째 이어가고 있다”며 “기금부과 문제가 계속 불거졌을 때 투자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의 경우 자국 방송사와 연계한 OTT는 관련 기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기금부과보다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기업협회 등 이해관계자들은 OTT 사업자에게 방발금을 징수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도 관련해 지난달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