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김상윤 기자] 원자재값 급등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중소기업의 납품가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2일 인수위에 따르면 인수위는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해 원사업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가 분쟁이 일어날 경우 중소기업중앙회가 납품대금 조정에 자동 개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 납품업체를 대신해 중기중앙회가 원사업자와 협상에 나서 납품단가 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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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가 중기중앙회 힘을 빌려 납품업체 협상권을 키우려는 건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간재 등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는 올라가는데 납품 가격 조정은 어렵다 보니 적자를 보고 물건을 대야 할 처지라는 게 중소기업 하소연이다.
인수위는 중기중앙회가 납품가 조정 협의체에 자동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요건을 명확하게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하도급법 개정으로 오는 2023년부터 중기중앙회가 조정협상권자로서 협상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전체 계약금액 중에 10% 이상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이 10% 이상 오른 경우에만 가능해 조정 권한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중기중앙회가 자동으로 협상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 납품업체의 협상력을 높이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계에선 정부가 직접 역할에 나설 걸 주문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납품원가 연동제(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급등하면 상승분을 납품원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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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민간계약이라도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즉시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위에선 납품원가 연동제가 시장 원리에 어긋날 뿐더러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기중앙회 협상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단가 조정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조정 신고센터에선 납품단가 조정 요청 거절 등 위법 행위를 단속하고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태조사와 신고센터를 병행하면서 원사업자들이 수급사업자의 요구사항을 원만하게 듣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