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3법’에 ‘ILO 3법’도 국회 통과 속전속결…노사는 반발(종합)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3~6개월로…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3년…파업시 사업장 점거금지 빠져
특고 고용·산재보험 확대…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적용
경영계 “친노동 노조법 재논의해야”…노동계 “개악기조 여전”
  • 등록 2020-12-09 오후 6:51:46

    수정 2020-12-09 오후 6:51:46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노동 관련 법안들이 하루 새 속전속결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규제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장안)이 각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일사천리로 통과한 기조와 같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관련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과 ‘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보험료 징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사진=노진환 기자)


상임위-법사위-본회의 통과 ‘일사천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9일 새벽 전체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관련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날(8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이른바 ‘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보험료 징수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처리한 데 이은 것이다. 이들 법안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이날(9일) 오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됐다. 당초 131개 안건 중 7개 법안은 125번부터 131번이었지만, 공수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후순위로 미루기로 여야가 합의하면서 이날 오후 6시 40분께 통과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로 조정하고,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 및 임금 보전 방안 마련 등이 포함됐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앞서 노동계가 ‘독소조항’이라 반발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다른 독소조항인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생산 주요 시설에서의 쟁의행위 금지) 조항은 담기지 않았다.

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법안이다. 공무원노조법에서는 가입 기준 중 공무원 직급제한을 폐지하고, 교원을 제외한 교육·소방공무원 및 퇴직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 국민의힘 소속 환노위원들은 쟁점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전날(8일) 오전 근로기준법·ILO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를 신청하고, 당일 오후 2시 30분부터 재개된 안건조정위를 포함한 회의에 보이콧 차원에서 불참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근로기준법·ILO 3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을 철회했다. 이에 안건조정위는 민주당·정의당 소속 위원 참석하에 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에 대한 조정을 진행했다. 이후 환노위는 오후 7시 전체회의를 열어 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특히 고용보험법 개정안 의결로 보험설계사와 골프장캐디,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방문판매원 등 14개 직종은 고용보험 당연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또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유지하되, 신청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 특고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내용이다.

재계 “요청사항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이에 경영계는 친노동계 입법 조치라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입법절차를 중단하고 상임위에서 심도 있게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32개 경제단체는 공동으로 국회에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건의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경영계 의견을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경영계 요청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국회 통과가 강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노조 측에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더욱 쏠리게 해 노조의 과도하고 무리한 요구와 과격한 강경 투쟁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경영계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 형사처벌 폐지 등 최소한의 사용자 대항권을 함께 입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도 불만은 여전하다. 노조법 등에서 개악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조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노조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안의 3대 개악요소 가운데 쟁의행위에 대한 조항만 삭제되고 여전히 단체협약 유효기간 조항과 비종사자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제약이 살아 있다”며 “이번 개악안은 여전히 신생 노조와 소수노조의 노동조합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사용자의 개입과 통제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겨 놓은 개악안”이라고 꼬집었다.

또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기간 확대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악도 통과됐다”면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구조를 더욱 고착시키고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더욱 심각하게 것이 뻔하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노조법 개악 조항 중 일부가 삭제된 것은 다행이나, ILO 협약 위반 내용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 중 사업장 점거 불법화, 재직자가 아닌 조합원 사업장 출입제한 등 일부 독소조항을 제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노조의 대의원과 임원 자격을 재직자로 제한하고 노조전임자 급여와 근로시간 면제 등 노사자율로 결정해야 할 영역에 대해 국가가 과잉규제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은 여전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8년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지만, 그 이상 일을 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해 주52시간제가 노동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데 이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과로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탄력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자의 70%가 근로자대표와 별도로 협의하지 않았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도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회는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법을 통과시켰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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