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커피값 오르나…원두·카카오·설탕값 '급등'

주요 생산국 코로나 피해 극심…공급차질 우려 확산
弱달러도 영향…커피·설탕·카카오·면 두자릿수 상승
연성 소비재, '생활과 밀접'…소비자 부담 가중될 듯
  • 등록 2020-08-12 오후 6:00:00

    수정 2020-08-12 오후 9:32:00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카카오, 커피, 설탕 등 소위 연성 소비재(soft commodities)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최근 역대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금(金)보다 더 많이 올랐다. 이를 틈타 투자자들의 베팅이 늘어나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커피·설탕·카카오, 한달새 10% 이상 급등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카카오 선물 가격은 17% 급등한 톤당 2488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커피 선물은 14% 오른 파운드당 1.1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한달간 8% 오른 금 선물 가격 상승폭을 웃도는 것이다. 면화와 설탕 선물 가격도 지난 5월1일 이후 각각 11%와 20% 올랐다.

연성 소비재 가격은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폭락 장세를 보였다.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과 기업들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3월 초부터 5월 말까지 카카오 선물 가격은 17% 급락했고, 면화와 설탕 선물 가격도 각각 18%, 27% 떨어졌다. 커피 선물 가격은 15% 내렸다.

하지만 최근 한두달 사이 이들 선물 가격은 ‘V자’ 형으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크게 입은 곳들이 카카오, 커피, 설탕 등 연성 소비재의 주요 생산·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커피와 설탕을 가장 많이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국가다. 지난해 커피는 5900만포대, 설탕은 6억4700만톤을 각각 공급했다. 인도는 지난해 3억5000만톤에 달하는 설탕과 2930만베일의 면화를 공급했다. 베트남은 세계 2위 커피 수출국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 모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항구 폐쇄 등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 다음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로 이날 기준 305만7000여명에 달한다.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도 232만9600여명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

RJO 퓨처스의 조슈아 그레이브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브라질과 베트남, 인도 등 주요 생산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던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먹는 커피는 줄었지만 집에서 직접 내려마시는 커피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바라니 크리슈난 인베스팅닷컴 애널리스트는 “커피 가격이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교란 우려에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면서도 “스타벅스의 매출은 감소했을 지 몰라도 소비자들은 집에서 더 많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연성 소비재 선물 가격 상승은 최근 달러화 약세도 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이들 상품은 모두 달러화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달러화 가치 하락은 그만큼 가격이 싸진다는 의미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달러를 빌려 투자하기 좋아지자 단순 투자수요도 몰리고 있다.

단기 급등…‘생활과 밀접’ 소비자 부담 가중

연성 소비재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기대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실질적인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실수요가 아닌 펀드 등의 자금이 몰리면서 설탕이나 면화 등 주로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상품의 가격 급등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은 지난 4일 끝나는 한 주 동안 연성 소비재 선물의 매도 포지션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매도 포지션은 약 1만계약, 카카오 매도는 7000계약 이상 줄었고, 커피 매도 포지션도 1만9000계약 이상 감소했다.

CFTC는 “현재 모든 연성 소비재에 있어 주요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돌아서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2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가격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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