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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서구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알에서 나온 뒤 다 자라지 않은 새끼)이 나와 주민 피해가 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지난해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로 고생했던 것이 떠오른다고 호소했다.
14일 서구 검단·검암 주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너나들이 검단신도시 검암맘 카페’에 따르면 검단(왕길동·원당동·마전동·당하동 등), 검암 주민들은 지난 13일부터 수돗물에서 발견된 벌레 유충 사진과 피해 사례를 카페에 게재했다.
‘마전동 빌라’라고 밝힌 카페 회원은 수돗물 필터 안에서 움직이는 벌레 동영상을 촬영해 공유했다. 이 회원은 “지난주 토요일(11일)에 나왔어요. 도대체 언제까지. 오늘 또 생수 길러갑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당하동 빌라’라고 밝힌 회원도 벌레 유충 사진을 찍어 게재했다. 그는 “아기 있는 집인데 너무 짜증나요. 먹는 물은 지금껏 생수 사먹어서 다행이지 진짜 소름”이라고 의견을 달았다.
또 ‘당하동 빌라’라고 밝힌 한 회원은 “7월6일 월요일부터 2마리 발견되더니 수요일에 또 2마리 오늘(14일) 2마리 보였어요”라며 “지난 화요일에 민원 접수했지만 저희 빌라문제라고 이야기하고는 일단 수질검사 보내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아직 연락이 없네요”라고 게재했다. 이어 “죽은 유충도 있지만 필터 안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니 미치겠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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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 아래에는 “당하동인데 저희도 그래요”, “저희도 카페글 보고 싱크대 필터 확인했더니 까만 쇳가루 같은게. 욕실 세면대는 필터 안했는데 미치겠어요”, “수도사업소 전화 했더니 소화전 방류 중이니 기다리고만 하네요. 아 악몽이 되살아나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회원은 ‘작년 적수 사태의 트라우마’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아마도 조만간 작년에 이용했던 수돗물 피해자료 모음 게시판이 또 게시글로 넘쳐날 것 같다”며 “진짜 심란하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벌레 유충과 쇳가루 때문에 생수를 사서 몸을 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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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부분의 벌레 유충 민원이 저수조(물탱크)가 없는 빌라에서 발생했다”며 “해당 빌라들은 직수로 수돗물을 공급받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적수 사태로 지역에서 배관 교체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배관 문제인지 여름철 날씨 때문인지 현재 조사 중이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표명했다.
서구지역은 대부분 집에서 필터를 끼워 수돗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벌레 유충이 걸러질 것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벌레 민원 때문에 어제 잠을 못잤다”며 “주민들은 적수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적수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A씨는 “아직은 민원 발생이 초기 상황이다”며 “주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함께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9일 서구 왕길동 한 빌라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발생했다는 최초 민원이 접수됐다고 14일 밝혔다. 이어 13일까지 서구 원당동, 당하동에서 유충 발생 민원이 각각 3건, 6건 추가 접수됐다.
민원 접수 뒤 서부수도사업소가 출동해 1차 현장조사를 벌였고 현장점검반(급수부 2명, 수질연구소 2명, 서부수도사업소 5명)을 구성해 2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