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여름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더위는 온 사방에 흔적을 남겨 놓기에 바쁘다. 흔적은 지워도 남게 마련이다. 해마다 같은 패턴이라도 누군가는 까맣게 잊고 지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남는다면 더더욱. 서울 근교 여행지로 인기 있는 포천에서 흔적을 남겨 보는 건 어떨까.
경기도와 강원도를 구분 짓는 포천 백운산은 주변에 포진된 광덕산, 국망봉 등과 함께 포천의 산군들 중 하나이다. 기암괴석과 이곳 산군들이 어우러진 곳에서는 영락없이 깊은 계곡에서부터 흐르는 물들이 흘러들어가는 절경을 만든다. 해발 903미터의 백운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능선길 곳곳에 화강암으로 된 바위와 깎아 세운 듯 꼿꼿한 단애가 있어 등산객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 광덕산과 백운산에서 발원한 물이 모여 형성된 골짜기는 계곡의 길이만도 10km에 이르는데 영평 8경 중 5경인 선유담을 안고 있을 정도이니 이곳의 절경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조선조 세종의 친필이 보관된 흥룡사를 비롯해 양봉래굴, 선녀탕, 취선대 등의 많은 명소가 있으며 여름철이면 산객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긴 계곡에서 저마다의 피서를 하느라 그 어느 때보다 계곡이 시끌시끌하다. 백운 계곡에서 광덕 고개로 넘어가는 길은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광덕고개는 한 때 캐러맬 고개로도 불렸다. 한국 전쟁 당시 이 지역을 관할하는 사단장이 고개를 오를 때마다 차량 운전병들에게 졸지 말라고 캐러멜을 주었다는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일명 계곡치기라는 계곡놀이를 끝낸 후에는 몸이 노곤하다. 어디에선가 몸을 편하게 눕히고 쉬고 싶다면 산정호수 상류에 위치한 ‘아름다운 펜션’을 추천한다. 명성산 자락에 위치한 하얀색 2층 목조 건물은 시원함을 더해주고, 궁예가 망을 보았다는 망무봉이 있어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펜션 앞 대형 야외풀장은 지하 암반 1급수인 계곡물이 담겨져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도 시원함을 유지한다. 커플룸, 스파룸, 단체룸 등 여러 종류의 룸이 있어 동행자들의 성격에 따라 룸 선택의 폭이 넓지만 이곳 펜션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패밀리룸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체 예약일 경우 예약시 패키지로 식사 준비도 가능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아침에는 펜션 근처의 산정호수 둘레길을 산책할 수 있다.
포천 왕방산 깊은 곳에 위치한 ‘어메이징 파크’는 아이들을 위한 오감만족 체험 공간이다. 과학도 배우고 자연 속에서 체험하는 것을 모토로 하는 이곳은 네이처존, 사이언스존이라는 확신한 컨셉으로 나뉜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못하고 오로지 체험하고 놀면서 과학을 터득하며 집중력을 키우는 놀이터이다. 사이언스존의 경우 200여 가지의 공학 기구들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학습공간이 준비돼 있어 아이들이 관람 및 체험을 하며 과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하였다.
네이처존은 숲속의 자연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만든 곳으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부담 없이 숲의 공간을 채워 나가는 곳이다. 이곳에서 단연 압도적인 것은 130m의 길이에 달하는 서스펜션 브릿지다. 숲 사이에 놓인 흔들다리는 하늘을 걷는 듯한 느낌이지만 다리는 마음은 스릴을 만끽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건넌다. 잣나무의 피톤치드 숲 사이에 연결된 히든 브릿지, 숲 사이의 색색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에어링로드 등 숲을 이용하고 숲에서 즐거움을 찾아 자연과 최대한 가깝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다 돌아보는 동안 신기한 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행한 어른들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나는 건 답답한 도심 생활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모험과 자유를 이곳에서 느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