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첫 고국무대 서는 조성진 "정명훈 존경해"

갈라콘서트 앞두고 1일 기자간담회
지난달 DG와 전속 레코딩 계약 체결
쇼팽콩쿠르 이후 국내 첫 소감 전해
  • 등록 2016-02-01 오후 4:49:49

    수정 2016-02-01 오후 7:28:41

지난해 10월 제17회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연 ‘조성진 쇼팽콩쿠르 우승기념 및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지휘자 정명훈(63)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언급하며 존경한다고 밝혔다.

조성진은 고국에서의 갈라 콘서트를 하루 앞둔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생님과 협연을 20번 넘게 한 것 같다”며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많다”고 이처럼 말했다.

조성진은 2009년 서울시향 자선공연에서 정 전 감독과 협연한 이후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지난달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레코딩 계약을 한 조성진은 첫 번째 정규앨범 작업으로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정 전 감독이 이끄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KD)와 함께 녹음한다. 조성진은 “음악적으로 존경하는 정 전 감독과 이번 4월에도 같이 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2일 오후 2시, 8시 두 차례에 걸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제17회 쇼팽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당초 오후 8시 1회 공연만 예정돼 있었으나 2500석이 50분만에 전석 매진되면서 2시 공연이 추가됐다. 추가 공연 역시 35분만에 완전히 동났다.

다음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일문일답이다.

-우승 뒤 고국 무대를 앞두고 있다. 소감은

△거의 1년 만에 한국에 왔다.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감정이 복합적이다. 많이 응원해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모습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달라.

-우승 이후 전과 후 변화에 대해 말해 달라

△사실 콩쿠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목표이자 꿈인 게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도 싶었다. 쇼팽 콩쿠르 같은 경우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기회를 많이 주기 때문에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게 됐다. 콩쿠르 끝난 뒤 생각했던 것보다 관심을 많이 받아 신기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좋은 연주회에 많이 초청해줘 놀랍고 부담감도 있는 것 같다.

-우승 이후 국내 클래식 관심도가 집중했다.

△저로 인해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클래식 연주가에게 좋은 소식이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 좀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프랑스 솔레아 매니지먼트와 계약한 이유는

△11월부터 많은 매니지먼트사를 만났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회사보다 매니저, 사람이 나와 잘 맞아야 한다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화도 잘 통하고 앞으로 같이 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체결했다. 미국 지역은 오푸스3 아티스트와 함께 협력해 일할 것 같다. 그동안 재팬아트와 일하면서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DG와의 순차적 계획은

△일단 계약서는 5년 계약했고, 다섯개의 CD를 녹음할 것 같다. 두 번째 음반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곡이나 하고 싶은 지휘자나 오케스트라에 대해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듣기도 좋아했다. 피아노와 함께 바이올린도 같이 배웠다. 바이올린은 서서 연주해서 좀 힘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피아노를 더 사랑했던 거 같다. 스트레스도 많고 긴장도 많이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좋아 응원해주신 분들게 감사하다.

-콩쿠르를 어떻게 준비했나. 스마트폰을 수개월 자제했다고 들었다.

△지금 파리에 살고 있는데, 작년 초에 스마트폰을 도둑맞았다. 처음이 아닌 두 번째였다. 이걸 또 사야하나 싶어 아까운 마음에 2G폰을 사서 사용했다. 8개월 사용한 다음 콩쿠르 끝나고 전화기를 구입했다. 콩쿠르를 준비한 특별한 방법은 없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했다. 유수의 음반 해석을 들으며 노력했다.

-부모님에게 한 말씀

△음악이 좋다고 하니까 전적으로 도와주셨다. 가장 고마운 점은 나를 믿어줬다는 점이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고 일단 허락해주신 거 같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음악을 시켜주신 점에 감사하다. 정명훈 선생님과는 2009년 협연을 하고 스무 번 넘게 협연했다. 정명훈 선생님께 배운 것도 너무 많고, 감사한 분이다. 음악가로서 존경하는 분이다. 4월 함께 연주하는 것도 기대가 된다.

-지금 심정은 어떤가

△무대에서 피아노 치는 것보다 더 떨린다. 무대에서 마이크로 생중계하면 떨리는데 마이크에 대한 울렁증이 있다.

-고국 첫 무대 소감은

△작은 연주건 큰 연주건 똑같은 자세로 임하려고 한다. 콩쿠르 끝나고 첫 무대인 만큼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훌륭한 피아니스트란 내 생각에는 뭔가 귀하게 느껴지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 정말 훌륭한 연주가,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할 때 만큼은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곡가들이 보통 우리가 아는 명곡을 쓸 때는 엄청난 노력과 고뇌를 동반한 걸작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를 갖춘 사람이 훌륭한 음악가로 생각한다.

-인생에서 지금은 어떤 시점이라고 생각하나

△콩쿠르 우승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콩쿠르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 21살이다.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고 어디가 정점일지 예측 못하겠지만 이제 막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5년 전 40곡 마스터하겠다고 했는데

원래 꿈은 크게 갖는 거라고 생각한다. 40곡은 못했고 이제 20개 정도 했다. 어렸을때는 많은 곡 전곡을 하는 것이 좋은 줄 알았는데 한 곡을 하더라도 깊게 시간을 가지고 배우는 것도 재밌는 거 같더라. 5년전에 쳤는데 5년 후에 치면 또 다른 시각으로 보고 느끼게 되더라. 5년 안에 40곡 마스터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

-쇼팽 어렵게 생각했던 걸로 안다

△쇼팽 어려운 작곡가다. 사람마다 쇼팽을 다르게 생각한다.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아카데믹하다고 생각한다. 관점이 다 다르더라. 내가 생각하는 쇼팽에 대한 관점이 없었는데 공부를 하다보니 나만의 쇼팽을 깨닫게 되고, 나만의 쇼팽을 찾게 되더라. 연주를 하는 것도 확실히 곡을 더 많이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더라. 위험한 점은 똑같은 곡을 여러번 연주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다른 곡의 악보를 계속 보고 한다.

-평소 뭐 하고 지내나

△유투브로 중계가 돼는데 (쇼팽 콩쿠르 영상을) 일부러 찾아서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운이 좋게 결과가 좋게 나왔다. 사실 또래 친구는 많이 없는데 나와 친한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 요즘 20대는 어떻게 노는지 잘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을 잘 듣는 편이고, 발라드도 많이 듣는다.

-일본 청중 반응, 오늘 입국해 공항나올 때 느낌은

△1월21일 일본에서 공연한 뒤 한국에 온 건데 나라마다 관객의 특색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은 관객들이 굉장히 진지하고, 혼자 연주하는 것처럼 고요하다. 무대에서 연주 집중하기에 편한 점도 있다. 리사이틀 후에는 관객의 반응을 보고 앙코르 공연을 정하기도 하는데 앙코르는 디저트라고 생각한다. 5번 이상 앙코르 한적은 없다. 단 거를 많이 먹으면 안 느껴지니까. 2~3곡을 하는 편이다. 인천공항에 들어설 때는 뭔가 감정을 느낄 여유는 없었던 거 같다. 정신 없이 입국했고, 호텔에서 빌딩들을 보고 감회가 새롭더라. 기쁘기도 하고, 일정이 바빠서 지인들을 만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최근에 젊은 피아니스트 약진 중이다.

△선배이신 김선욱 형, 손열음 누나, 임동혁 형과 가깝게 지내는데 존경스러운 선배들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이다. 사실 내가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을 못볼 줄 상상할 줄 몰랐다. 내 기사도 제대로 못보고 있다. 하하.

-콘서트 피아니스트 꿈이라고 했는데 롤 모델이 있다면

△일부러 정해놓지 않는다. 나 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은 것도 있고, 피아니스트 라드루프를 좋아하는데 롤모델이라고는 할 수 없을 거 같다. 나와 다르고, 나와 다른 길을 갈 것 같다. 그 분의 길을 가면 부자연스러울 것도 같다. 일부러 롤 모델을 정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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