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자처한 김무성·서청원, 빈소 지킨 손학규…YS 유산 계승은 누가

  • 등록 2015-11-24 오후 4:50:27

    수정 2015-11-24 오후 5:47:31

[이데일리 선상원 김진우 기자] “나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다”

YS가 22일 새벽 타계하고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가장 먼저 방문한 여권 정치인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다. 김 대표는 YS 영정에 헌화한 뒤 엎드려 절을 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 대표는 “고인 가시는 길을 정성 다해 모시겠다”며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김 대표는 24일까지 사흘째 버선발로 조문객들을 맞이하면서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까지 손수 꼼꼼히 챙기고 있다.

당 대표인 김 대표가 빈소를 지키자 서거 당일 바로 국가장으로 결정되고 뒷말 없이 황교안 국무총리가 장례위원회 위원장으로 정해질 수 있었다. 일부에서 공동위원장 얘기가 나왔다. 김 대표가 당대표 권위로 조율해 잡음을 없앴다.

“(김 전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저의 정치적 대부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YS의 정치적 제자를 자처했다. 서 최고위원은 YS 야당총재 시절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맡았고 문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낸 인연을 소개하면서 “애통스럽다”를 연발했다. 서 최고위원은 공동상주 역할을 자처하며 김 대표와 함께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서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정상외교를 마치고 귀국해 YS를 조문했을 때 김 대표와 함께 나란히 서서 예를 갖췄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외에도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 김덕룡 전 정무장관,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등도 YS의 정치적 동지이거나 아들이다. 아직도 새누리당 고문으로 몸을 담고 있는 인사가 있기는 하지만, 현실정치에서 이미 한발 비켜서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만 ‘현역’이다. 상주를 자처하고 나선 배경이다.

“집사람이 올라오면서 (YS가)당신 생일에 돌아가셨으니 당신 ‘복 많이 받을 거예요’라고 했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야당 정치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사흘째 빈소를 지켰다. 그는 1993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YS에 의해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고 문민정부 말미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하는 등 YS의 총애를 받았다. 손 전 고문은 칩거 중인 전남 강진 흙집으로 내려가지 않고 연이어 빈소를 방문하며 “한 식구니까 와야 한다”고 했다. 손 고문은 26일 영결식까지 지켜본 후 강진으로 다시 내려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서거로 갈등을 빚던 여권 내부는 물론 야권도 한마음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YS 키즈’에는 여(與)도 야(野)도 가리지 않았다. YS가 남긴 공과를 재평가하고 그 유산을 계승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만 남았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은 YS의 민주화투쟁과 문민정부 업적을 계승한 유일한 지도자로, 손 전 고문은 YS로 연결된 상도동계와 보수세력까지 껴안을 수 있는 통합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비박계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김 대표와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 최고위원은 지난 한 차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두 사람은 김 전 대통령 영결식이 종료되고 ‘서거 정국’이 지나가면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천 룰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 구성을 놓고 충돌이 불가피하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내달 초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상정돼 통과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총선 공천 전쟁에 돌입하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손 전 고문은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이후 정계에서 은퇴했지만 지난달 카자흐스탄 키맵 대학 초청특강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활동을 재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지도부 한계론과 함께 손 전 고문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YS 서거가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를 위한 계기를 제공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은퇴하고 나니 ‘야권에서 그만한 사람이 없었더라’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적어도 내후년 대선에는 손 전 고문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의 한 켠을 지키던 손 전 고문은 24일 저녁부터는 김 대표, 서 최고위원과 함께 공동상주 역할에 나선다. YS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원 소장과 이들 3명을 비롯해 이 전 정무수석, 홍 전 총무수석 등이 YS의 마지막 배웅길을 함께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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