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박수영 국회의원·대한상의SGI와 공동주최한 ‘분산에너지법 후속 이행과제와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곳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을 비롯한 과감한 전력 관련 제도 혁신과 초기 지원 정책이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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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집 에너아이디어 컨설팅 대표(서울대 객원교수)는 기조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전력 보급에만 집중해 전국에서 전기요금이 동일한 일물일가(一物一價) 체계를 유지해 왔으나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며 “분특법 시행을 계기로 과감한 지역별 가격정책을 시행해 국가 총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발전량이 미미한 수도권이 전체 전력 수요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충청과 강원, 영·호남 등 지역에서 발전(發電)한 전력을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끌어와서 쓰는 구조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맞물려 데이터센터 같은 전력 다소비 설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 체제가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수도권 전력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송전선로 구축에만 56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고 배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한 전력 운용 안정을 포함하면 1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고 그조차 주민 수용성 때문에 제대 건설되리라 보장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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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파격적인 초기 지원책을 통해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분산에너지 신산업이 현 한전 독점 체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분산에너지 체제를 활성화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분특법 시행과 함께 울산, 제주 등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각종 특례를 부여할 예정이다. 현재 구체적 내용을 담은 하위 법령(시행령·시행규칙)을 제정하고 있다. 다만,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아직 지원 예산은 제한적이고, 당장 파격적인 지역별 요금제 도입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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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역 균형발전 정책인 기회발전 특구와 연계하는 식으로 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만으로 지역 이전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적 지원 방안 구체화와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법 시행 초기 현실적 한계 속에서도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지원 확대 의지를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특법이 시행되더라도 지자체나 기업이 바라는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분특법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전력 직거래’ 허용과 함께 업계 의견을 반영하고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 확대 등 지원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분산에너지란? 전기 등 주요 에너지의 수요-공급 지역을 일치시키는 시스템의 총칭. ‘지역 생산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개념이다. 전통적 중앙집중형 전력 수급 체계와 대비된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개념적으로만 존재했으나 올 6월 특별법 시행으로 그 기반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