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검찰의 반발 분위기는 잠시 누그러진듯 해 보였지만, 단체 호소문·전국 평검사회의 등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라 ‘검란’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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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을 마치고 나와 오후 7시께 대검에 도착한 김오수 총장은 면담 내용과 관련해 “검찰 구성원을 대표해 검수완박 법안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고 충분하게 말씀 드렸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만 언급하며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김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법안 거부권 행사 등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총장과의 면담에서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며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 사퇴를 만류하면서도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셈이다.
앞서 여환섭 고검장은 회의 전 취재진과 만나 “개정안의 문제점이 너무 많아 실무상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며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여 고검장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따르면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갖고 경찰청에 이의제기나 항고를 제기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못하고 다시 경찰에 돌려보내야 할 상황”이라며 “국민의 권익과 관련된 기본법을 개정하는데 공청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고 학계나 실무 단체 등 의견을 무시한 채 2주 만에 추진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냉정한 이상을 되찾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18개 지검, 42개 지청 소속 평검사들의 대표는 오는 19일 서울중앙지검에서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검사들의 거취 문제나 집단행동 등 조직적 대응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거부권을 지닌 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내기로 한 검사들의 단체 호소문도 관심이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18일 검찰 내부망에 ‘대통령, 국회의장께 보낼 호소문 작성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 구성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호소문은 오는 20일까지 취합해 문 대통령과 박 의장에게 각각 전달될 방침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무리한 입법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 행동인 만큼 정당성은 있어 보인다.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파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차분하게 왜 검사들이 모여 집단행동으로 의사표시를 하는지에 대해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이라는 것이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