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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숨기려 애쓰지 마라. 직장에서 여성의 색깔을 드러내니 내 영역이 생기더라.”(서수민 KBS ‘개그콘서트’ 책임프로듀서(CP·41)
“아내 역할을 바꿔 1년 반 넘게 전업주부로 살면서도 꿈을 놓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장항준 영화감독 겸 작가·44)
서수민 CP와 장항준 감독의 성공 비결은 ‘편견 깨기’였다.
서 CP는 지난해 ‘애정남’ ‘비상대책위원회’ 등의 코너를 통해 ‘개그콘서트’ 전성시대를 이끈 제작자다. 1995년 입사해 조직문화에 적응하려 남성처럼 살려 했다는 서 CP는 “‘개그콘서트’에서 그것을 깨 성공한 것 같다”고 했다. 아줌마 혹은 여성 PD로서의 시각이 되레 강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다.
시작은 남성 성기를 소재로 한 개그 코너 ‘발레리노’였다. 반응은 좋았다. 아줌마 PD로서의 넉살이 민감한 소재를 자연스럽게 개그 소재로 풀 수 있었던 덕이다. 서 CP는 “주부로 혹은 여성으로 살면서 겪는 삶의 애환을 개그 코너에 담아내는 게 괜찮겠다 싶어 시도했는데 그게 반응이 좋더라”며 웃었다. 그 예가 바로 ‘애정남’과 ‘생활의 발견’이다.
드라마 ‘싸인’(2011)의 대본을 부활한 장 감독은 가부장이란 책임에서 자유로워져 자기 일을 지킬 수 있었던 케이스다. 장 감독은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1996)·‘라이터를 켜라’(2002) 등으로 충무로에서 신진 제작자로 떠올랐지만, 차기작이 줄줄이 실패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때 장 감독의 창작열을 지켜준 사람이 바로 아내다. 드라마 ‘유령’을 쓴 김은희 작가가 그 주인공. 장 감독은 “3년 동안 10원도 못 벌었던 적이 있었다”며 “그때 아버지가 영화 일 때려치우라고 했는데 아내가 막아줬고직접 라디오 작가로 일해 가며 내 꿈을 지켜줬다”며 웃었다. 장 감독은 “많은 분들이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사시는 것 같다”며 “어렵더라도 남의 장단이 아닌 내 장단에 맞춰 사는 게 중요하고 후회도 없다”는 지론을 들려줬다.
서 CP와 장 감독은 배우자가 동종업계 종사자이기도 하다. 서 CP의 남편은 드라마 ‘넝쿨째 굴러 온 당신’(2012)을 총괄했던 KBS드라마국 김성근 CP다. 서 CP는 “같은 업종에 있다 보니 내가 일을 하고 새벽 4~5시에 들어와도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와도 이해해주는 게 좋더라”며 웃었다. 장 감독은 아내의 작가료를 에둘러 언급하며 “아내는 의사·변호사보다 작가 아내가 최고”라고 농을 쳐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