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부실 고증’ 논란에 휘말렸던 성락원이 12년 만에 명승 제35호에서 지정해제됐다. 하지만 ‘서울 성북동 별서’라는 새 이름과 함께 명승 제118호로 신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26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심의에 따라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문화재위원회는 “성락원은 지정명칭과 지정 당시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롭게 밝혀진 문화재적 가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명승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며 지정해제를 권고한 바 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성락원은 서울 지역에 드물게 남아 있는 조선시대 정원이다.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의 별장이자 의친왕의 별궁으로 인정돼 1992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명승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명승 지정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학계와 일부 연구자들이 심상응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지적하자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6~7월에 걸쳐 재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문헌·자료들을 전면 발굴해 조사한 결과 이조판서 심상응은 지적대로 실존 인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성락원의 실제 조성자가 조선 고종 당시 내관이자 문인인 황윤명(1844~1916)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또 갑신정변(1884) 당시 명성황후가 황윤명의 별서를 피난처로 사용했다는 기록(일편단충(一片丹忠)의 김규복 발문,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라, 이 별서가 1884년 이전에 조성된 것도 확인됐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이 공간이 황윤명이 별서로 조성하기 이전에도 경승지(경치가 좋은 곳)로 널리 이용됐고,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피난처로 사용되는 등의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는 게 확인됐다”며 “다양한 전통정원요소들이 주변 환경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경관적 가치 또한 뛰어난 것으로 판단해 현재 얼마 남지 않은 조선시대 민가정원으로서의 학술적 가치 등을 인정해 서울 성북동 별서로 재지정한다”고 설명했다.
| 문화재 부실 고증 논란에 2008년 명승으로 지정됐던 성락원이 12년만에 지위를 잃게 됐다.(사진=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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